“우한폐렴이라고 하지 않듯이 대구폐렴도 없습니다. 코로나19가 있을 뿐입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하소연이다.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핵심 광역자치단체의 단체장으로서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말이다.
권 시장은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앞서 예상보다 긴 모두발언을 했다. 국민과 정치권을 향한 외침이었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일부 국민 사이에 대구를 중국 우한과 비교하는가 하면 ‘대구 여행을 갔다가 확진됐다’는 식의 정보를 흘리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조장,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권 시장은 “대구로 여행을 간 것이 아니고 ‘신천지대구교회 예배 참석 관련’이라고 불러달라”며 “대구시민 모두 다 힘들고 두려운 시기다. 국민 여러분께서 따뜻한 위로로 힘과 용기를 주실 것을 대구시장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다른 지역이 고통을 겪을 때 대구시민은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했지 결코 비난하지 않았다”며 “시장인 저를 욕할지언정 우리 대구시민을 비난하지는 말아 달라. 대구를 조롱하는 일은 하시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권 시장은 “모두가 아픈 시간이다. 아무리 정치가 ‘냉혈’하다 할지라도 우리 대구의 아픔과 우리 국민의 어려움을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를 자제해 주시거나 삼가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그런 행위를 선거 국면을 앞두고 하지 말라”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정치권은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치권을 향해 경고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