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키로 한 가운데 10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및 범의학계 전문가 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특히 이번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절실하고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국민의 소비 진작,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며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상한 경제 시국에 대한 처방도 특단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무엇보다 “정책적 상상력에 어떤 제한을 두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금융기관들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가장 절박한 불확실성으로 규정하면서 각국 정부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제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부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즉각 행동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타이밍이 생명인 만큼 정부가 준비 중인 경기보강 대책의 시행에 속도를 더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함에 따라 정부의 추경 편성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은 10조원 이상 규모를 ‘슈퍼 추경’으로 보고, 이 선에서 추경안을 수립할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추경 규모는 사업계획들을 취합한 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과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는 각각 7조5000억원, 11조6000억원 규모의 재난·재해 추경이 편성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긴급지원을 넘어 보다 강력하게 피해극복을 지원하고 우리 경제의 소비·투자·수출 둔화를 적극적으로 보강하기 위한 ‘1차 종합패키지 지원대책’을 이번주 내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에 더해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정·청 간 협의를 거쳐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착수, 속도감 있게 검토를 진행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했다.
당정은 의료기관에 중소기업 지위를 한시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원의 경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분류에 속하지 않아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중소기업 지위를 부여받을 병원 등 의료기관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한 지원대책을 추경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의 개학 연기에 따른 지원대책도 마련한다. 부모가 자녀 돌봄을 위해 유연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이 된 만큼 내일 국무회의를 마친 뒤 대구에 내려가 현장지휘를 하겠다”며 “대구에 주재하면서 상황 정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마스크 수출량을 제한하고 생산량의 절반 정도는 공적 유통망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직접 공급되도록 조치하겠다”며 “의료진에게 필요한 마스크는 100% 차질 없이 공급하도록 법률상 고시를 준비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완화정책을 신속히 시작해야 한다”며 “대구·경북지역, 부산·경남지역까지 완화정책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역학회 회장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는 “왜 중국이 우한 봉쇄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완화정책을 쓰면 시민사회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귀전·김달중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