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4월 총선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실제 정부가 총선을 연기할 경우, 정치적 의도를 갖는 게 아니냐는 후폭풍이 거세게 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전날 총선을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21일에도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연기를 대통령과 선관위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총선이 국민의 참여 없이, 대면조차 없이 실시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성엽 민주통합의원 모임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요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방문도 굉장히 꺼리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주 코로나 사태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저는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지난 23일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 재난을 넘어 재앙 수준으로 가고 있다. 이 상태에서 선거가 연기되지 않고 제대로 치러질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총선 연기 주장과 관련 “아직은 빠른 것 같다. 6·25 전쟁 때도 선거는 치렀는데 투표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선거는 치러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본다”면서도 “50일 후까지 이러한 코로나 사태가 이어진다고 하면 그때 가서 결정하자”고 말했다.
여당에선 코로나19 사태의 확산 정도를 보고 판단하자는 기류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4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연기가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해방 이후에 한 번도 없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시행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선거를 연기할 경우 대통령은 연기할 선거명과 연기 사유 등을 공고하고 바로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총선을 연기할 경우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4월 총선 연기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 총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총선을 연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입법부 부재 상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선을 연기한다고 해서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므로 총선은 그대로 치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