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심각' 단계…범투본 '광화문 집회' 막을 수 있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23일 감염병 관리 관련 법률 등으로 집회 시위가 금지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에도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오는 주말로 예정된 ‘광화문 집회’를 강행할 전망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바이러스를 전파할 우려가 있는 집회를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도 관련 법리를 따져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만으로는 범투본의 집회를 막기 어렵지만, 감염병예방법 등을 근거로 정부와 경찰이 결단을 내리면 집회 제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25일 집시법 전문가인 이희훈 선문대 교수(법학)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이) 집시법 5조 1항에 해당하면 금지·제한할 수 있는데, 법률상의 사유만 놓고 보면 적용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집시법 5조 1항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등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이에 해당할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예정된 집회를 금지하도록 주최자에게 통고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오민애 변호사도 “집회를 금지·제한하려면 법률에 있는 사유에 해당해야 하는데, 현재 법 규정으로는 (감염 우려로) 금지 통고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신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제한·금지하도록 한 감염병예방법 49조 등을 근거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통상 신고된 집회의 경우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감염병예방법 조항과 현재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인 점,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낮은 어르신들이 다수 참여하는 집회라는 걸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는 신고된 집회일지라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 2항을 근거로 감염병예방법을 통해 범투본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23일 감염병 관리 관련 법률 등으로 집회 시위가 금지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집회 금지 안내문 앞으로 경찰이 서 있다. 뉴시스

문제는 경찰의 집회 금지·제한 조치에 범투본 측에서 법률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집회 참가자 중 확진자가 없고, 감염 우려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뚜렷한 증거 없이 집회를 막는 것은 억압이라고 범투본 측에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겠지만, (법률) 해석은 법원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집시법의) 규정이 있으니까 무조건 금지 통고하는 것에 대해 경찰이 주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범투본 측에서 스스로 확진자나 접촉자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감염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고 이미 종로구에서 확진자가 다수 나왔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지금 규정만으로는 무조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경찰의 결정이 있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심내 집회를 금지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도심 대규모 집회 금지와 관련한 현장안내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울경찰청에 의뢰해서 아예 집회가 불가능하도록, 해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당정청도 이날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지자체의 집회금지 조치에도 집회를 강행하는 단체들에 대해 집회금지 통고 및 사법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도 정부가 지난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을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관련 법리 검토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이번 주말 서울에서 집회·시위가 어떤 양상으로 열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범투본 관계자는 “주말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물리력을 동원하면 우리도 물리력으로 대응하겠다. 법적인 문제 제기는 당연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