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지표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던 2015년 6월과 같은 낙폭이다. CC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를 낙관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 100보다 낮으면 비관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낙폭은 2008년 CCSI 조사를 시작한 이래 세번째로 컸다. 가장 큰 낙폭은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12.7포인트였고,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11.1포인트 하락해 두번째다.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취업기회, 임금, 물가상승률, 금리 수준 등에 대한 전망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가계수입전망 CSI는 4포인트씩 내리며 각각 106, 97을 나타냈다.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11포인트 하락한 76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자영업자의 체감 경기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CSI는 87로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메르스 때는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94였다.
매달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는 경기 변동에 따라 수입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