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공공개혁을 내걸고 추진한 ‘우정 민영화’ 정책에 야당은 물론 일부 자민당 의원까지 반대하자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 민영화에 반발해 탈당한 자민당 ‘반란파’의 지역구에 지명도가 높거나 미모가 뛰어난 여성을 전략공천했다. 일본 언론은 ‘자객 공천’이라는 제목을 썼다. 당 내분 탓에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자민당은 압승했다. 4년 뒤엔 ‘만년 야당’ 민주당이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이 공천 역시 대성공을 거둬 자민당 장기집권을 무너뜨렸다.
남의 사주를 받아 사람을 찔러 죽이는 게 자객(刺客)이다. 정치 거물에 맞서 젊고 참신한 신인을 맞붙게 하는 자객 공천은 일본에서 효과가 검증됐다. 세대교체와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고, 지더라도 의미 있는 도전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경기 광명을에 30대 무명 변호사 이언주를 전략공천했다. 상대는 장관 출신이자 내리 3선을 한 전재희 한나라당 후보였다. ‘미녀 자객’ 이언주는 ‘광명의 터줏대감’을 무너뜨려 일약 스타가 됐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