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알코올 도수는 어떻게 결정될까? [명욱의 술 인문학]

수년 전, 모 맥주회사 광고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바로 물을 타지 않았다는 것. 기본적으로 맥아에 물을 넣어 발효시키는 맥주에 물을 타지 않았다니,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해당 맥주가 물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맥주는 7도 전후로 알코올 도수를 높인 뒤에 물을 넣어 4~5도로 맞춘다. 막걸리 역시 14~15도로 발효시키지만 물을 통해 6도 전후로 도수를 맞춘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한 번에 알코올 도수를 5도로 맞춰 추가적으로 물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주의 알코올 도수 5도는 어떻게 한 번에 맞출 수 있었을까?

맥주와 같은 발효주의 알코올 도수는 당도와 비례한다. 포도를 으깨고 뚜껑을 덮은 후에 하루이틀이 지나면 가벼운 술냄새가 난다. 마셔보면 단맛은 적어졌다. 공기 중의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든 것이다. 수치로 따지면 1브릭스(brix)당 0.58% 정도의 알코올까지 나온다. 즉 알코올 도수가 5도 정도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8.7브릭스 정도의 맥즙을 사용하면 된다.

그렇다면, 알코올 도수도 높고, 단맛이 높은 술은 뭘까? 저가의 술은 당분 등을 추가로 넣기도 하지만, 알코올 발효 자체를 중간에 멈추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살균처리다. 발효가 중간에 멈추다 보니 당분이 남게 된다. 이러한 술이 알코올 도수가 높고 당분도 많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또 알코올 도수가 14~15%로 높아지면 삼투압 등이 높아져 효모의 움직임이 둔화, 당을 그대로 남기기도 한다.



술의 알코올 변화를 확인하기에는 생막걸리가 가장 좋다. 일반적인 생막걸리는 양조장 출하했을 때, 당도가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도는 낮아지며 알코올 도수는 높아진다. 산미는 강해지고, 탄산은 막걸리 뚜껑의 틈을 타서 날아가게 된다. 한마디로 드라이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꿀 등으로 술을 만들면 엄청난 알코올 도수의 술이 나올까? 기본적인 꿀의 당도는 60~70브릭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알코올 도수 34.8~40.6도의 술이 나오게 된다. 위스키와 소주가 증류주가 아니라도 발효를 통해 이렇게 높은 알코올 도수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이런 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35브릭스 이상이 넘으면 효모 등 모든 균이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효주에는 20도 이상의 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와인의 경우는 12~15도이며, 청주 역시 도수가 높아도 19도 정도다.

우리가 청을 만들 때 설탕을 가득 넣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도 결국 당도를 높여 살균처리를 하는 것이다. 너무 달아도 술이 안 되는 것이다. 즉 자연 상태에서 알코올 발효되는 도수는 20도 미만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최근에 소주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하자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요즘 나온 소주는 알코올 도수 20도 이하의 제품이 많으며, 당분을 가지고 있어서 세균이 살 수 있는 구조다. 또 알코올 도수 40도의 제품이라도 다양한 물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100% 살균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 손 소독은 소독 전용 제품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으며, 그것이 어렵다면 열심히 손을 씻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