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핫 이슈’로 등장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25일(현지시간) 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진행된 TV토론에서 ‘코로나19’를 거론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보건정책을 비판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후 6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25일 대선 경선후보 TV 토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 경선을 앞두고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총대를 맸다. 클로버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을 삭감하고 보건관련 국제기구를 축소하려고 했다면서 맹비난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을 담당했던 핵심인사들을 몰아냈다”며 “우리에겐 (코로나19에) 대응할 인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증시가 급락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에볼라가 창궐한 사례를 언급하고 “나는 (에볼라) 전염병이 미국으로 유입되지 않는 데 주력했다.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보건 관련 예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자칭 천재”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 TV토론이 끝날 무렵 자신의 트위터에 “CDC와 행정부는 세계 특정지역들에 대해 우리의 국경을 봉쇄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매우 훌륭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얼마나 (코로나19에) 잘 대응하는지 관계 없이 민주당은 우리가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내일 사라지더라도 그들(민주당)은 우리가 잘 못 했고 무능력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불공평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그렇다”며 “우리는 아직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을 계속 유지하자”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TV토론을 시청하면서 트위터를 올린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민주당 TV토론에서 전면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도 지역감염이 우려된다”는 CDC 발표와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정책에 대한 민주당 내 비판기류가 반영되면서 앞으로 경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백악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회에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요청한 데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보건 위기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한 어떤 계획도 없이 정부가 지난밤 긴급예산 요청을 해왔다”며 “너무 적고 너무 늦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성명을 통해 상황의 긴급성에 비해 너무 늦고 완전히 부적절한 요청이라고 깎아내렸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 폭락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아 우리의 (유행병) 대응 능력을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