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지키는 마스크, 1장이라도 허투루 만들 수 없지요” [밀착취재]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 르포 / “제발 팔아달라” 소비자·중국 도매상 붐벼 / 공장 입구부터 외부인들 출입 철저 차단 / 보디라인 총 12개… 2초마다 1개씩 생산 / 직원들 2교대로 작업… 피로 누적 상태 / “하나라도 더 뽑고 싶지만 건강문제 걱정” / 수요폭증… 업계 상황 탓에 충원 힘들어 / “한장 1100원 판매… 시중 폭리 너무 과해” / 지역사회 돕기 앞장… ‘착한기업’ 인정받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중의 마스크 부족 현상이 이어진 가운데 27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 씨앤투스성진 마스크 공장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검수하고 있다. 이천=서상배 선임기자

27일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마스크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의 공장은 입구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생 문제도 있지만, 시중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제발 마스크를 팔아달라”며 찾아온 일반 소비자와 중국 도매상 등 판매업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씨앤투스성진은 국내 최초로 마스크에 필요한 고성능 헤파필터 원천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작업장에 들어서자 각종 기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공장에는 마스크의 부직포 원단의 모양을 내고 가공하는 ‘보디 라인’ 12개가 모두 가동되는 중이었다. 각 라인마다 원단이 걸리고 코 클립과 머리끈이 붙은 뒤 마스크 모양으로 잘리는 과정을 거쳐 약 2초 간격으로 마스크 완제품이 하나씩 나왔다. 뒤이어 하얀 위생복과 마스크, 푸른색 위생모로 중무장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완성된 마스크를 검수했다. 검수를 마친 완성품이 포장 라인으로 옮겨지면, 직원들은 다시 두 번째 검수를 하고 낱개로 포장했다.

◆“직원 자부심 높아졌지만 건강이 걱정”

 

이 회사의 하루 마스크 생산량은 약 15만개였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30만개까지 늘렸다.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직원들의 근무 강도도 높아졌다. 현재 공장은 주 7일, 매일 24시간씩 가동되고 있다. 주간엔 설비 100%를 가동하고 야간엔 50%를 가동한다. 이처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지만 직원들의 자부심 역시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천 공장을 총괄하는 김경식 센터장은 “저를 포함한 직원들 모두가 뉴스를 볼 때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고 있다”며 “내가 만드는 것이 단순한 ‘마스크 한 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단가가 그리 높지 않은 마스크를 허투루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인식이 달라졌고, 생산 효율도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과로에 따른 직원들의 건강 문제이다. 김 센터장은 “지금 같은 상황이면 마스크를 하나라도 더 뽑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건강 문제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직원들은 24시간 2교대로 돌아가 피로 누적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회사는 휴식일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폭증하는 수요에 맞춰 인력을 최대한 늘렸지만 업계 전반적인 상황 탓에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보통 마스크가 가장 많이 팔리는 기간은 겨울인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로, 황사에 따라 4월까지도 많이 팔리는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까지는 예년에 비해 겨울이 덜 추웠고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아 마스크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에 많은 마스크 업체에서 늘어나는 재고를 떠안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직원 수를 줄였는데 때마침 코로나19가 확산했고,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스크 제조사들에는 인력 문제에 원자재 수급 문제도 겹쳤다. 씨앤투스성진의 경우 원단 부직포인 MB(멜트블로운) 필터를 자사의 부산 공장에서 수급하지만 기존에 중국 등에서 MB 필터를 수입해서 제작하던 업체들은 필터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어렵게 구하더라도 단가를 맞추기 힘들어졌다. 이를 노리고 유통업자가 MB 필터를 매점매석한 뒤 공장과 물물교환을 해 정부의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을 피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단을 공급해줄 테니 생산한 마스크를 50대50으로 나누자”고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익도 좋지만… 마진 최소화한 ‘착한 기업’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김 센터장은 마스크 가격을 모니터링하다 한 장 판매가격이 4000원이라는 게시물을 본 뒤 한숨을 쉬며 말했다. 폭리가 과하다는 것이다. 반면 씨앤투스성진은 이날도 전국 최저가에 가까운 1100원가량에 마스크를 판매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서는 소폭 오른 것으로, 직접 생산하는 MB 필터는 영향이 없지만 외주업체에서 가져오는 안감, 겉감 코 클립 등의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마스크를 싸게 팔 뿐 아니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앞장서는 ‘착한 기업’으로도 인정받았다. 씨앤투스성진과 화진산업은 각각 마스크 100만개씩을 공적 판매 채널인 공영쇼핑에 마진 없이 공급하기로 했고, 전날 마스크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들 기업에 대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힘을 모은 착한 기업과 자상한 기업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씨앤투스성진은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씨앤투스성진은 최근 경기 이천시 국방어학원에 입소했던 우한 ‘3차 입국’ 교민들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에 마스크 1만개를 기증했다. 이밖에도 소방서, 경찰서 등 관공서에 필요한 마스크를 제공하는 데 앞장섰다. 김 센터장은 하춘욱 대표가 “돈을 버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런 국가적 재난으로 무슨 떼돈을 벌겠느냐”며 “돈을 버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서울시와 함께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6만1088개를 노숙인과 노령층 등에 전달했다.

 

이천=박세준·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