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 ‘도망친 여자’가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베를린영화제는 프랑스 칸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힌다. 홍 감독과 이 영화 여주인공인 배우 김민희는 연인답게 베를린영화제서 여전한 애정을 과시했다.
홍 감독은 24번째 장편 ‘도망친 여자’로 29일(현지시간) 폐막한 올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최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부문 4관왕을 휩쓴 데 이은 쾌거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연인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홍 감독은 시상식 무대에 올라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한 뒤 심사위원들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여주인공 ‘감희’(김민희 분)에 관한 이야기다.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7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서영화와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은곰상 감독상 수상은 ‘사마리아’의 김기덕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16년 만이다. 앞서 홍 감독의 베를린영화제 세 번째 경쟁 진출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주연 배우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바 있다.
한편 연인 사이인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는 여전히 다정한 모습을 과시했다. 은곰상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홍 감독은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김민희에게 공을 돌렸다.
앞서 지난 25일(현지시간) 공식 기자회견에서 3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두 사람은 나란히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에 커플링을 끼고 등장,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은 두 사람의 연인 관계에 주목하는 한국 언론에 부담감을 느낀 듯 “이번 베를린영화제 일정에서 오직 외신하고만 인터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희는 기자회견에서 “(홍상수) 감독님이 써주는 대로 잘 외워서 전달하면 의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며 “만약 의도에서 벗어났을 때는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다”고 말해 감독이자 연인인 홍 감독에 대한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