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시시각각 변종… 인간의 삶 끊임없이 위협

감염증 역사와 대응 / 신종플루·구제역·사스·메르스 등 / 미처 면역성 갖지 못한 인류 공격 / 백신 대응 변이 통해 인간 괴롭혀 /“면역력 강화가 가장 좋은 예방책”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감염증은 전 세계에서 25종에 이른다. 인간에게 전염된 것으로 밝혀진 것만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도 최근에야 존재가 알려질 정도로 시시각각 바이러스 변종들이 생겨나고 있다. 바이러스 자체는 오랜 옛날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지만 19세기 말부터 연구자들을 통해 그 존재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체와 특성이 제대로 밝혀진 것은 20세기 중반인 1960년대부터였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일으키는 감염증의 정체도 그즈음 알려지기 시작해 인류는 새로운 질병과 본격적으로 맞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구조와 숙주세포로 침입해서 대량 복제되는 과정을 비롯해 인체의 면역시스템,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감염증에 대해 연구자들이 본격 연구에 들어간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증이 무서운 이유는 인류가 미처 면역성을 갖지 못한 채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우려 때문이다. 2013년부터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출혈열’과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20세기 초반의 스페인독감처럼 세계적으로 대유행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다른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바이러스의 변종이 언제든 출현해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미국 의학잡지 헬스케어가 공개한 코로나바이러스(푸른색), 사스바이러스(연두색), 메르스바이러스(홍색) 사진이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의미한다.

애초 바이러스는 열대지역의 깊은 정글 등에 기생하면서 인간영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그곳을 침범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과 접촉해 옮게 되었다. 이를테면 인간은 돈벌이를 위해 야생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들을 마구 포획해 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진 박쥐를 잡아서 재래시장 한 편에 가두고 있는 동안 다른 포유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을 것이다. 또는 박쥐 고기를 팔기 위해 도축하는 과정에서 시장 상인이나 구매자 등과 긴밀하게 접촉했을 것이다. 신종플루, 에이즈, 구제역, SARS(사스), MERS(메르스), 간염,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등이 대부분 이런 데서 기인한다고 학계에 알려져 있다.



이에 맞서 인류는 바이러스 퇴치 노력의 하나로 백신을 만들어 냈다.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균제(항생 물질)도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크게 발전했다. 그러나 세균의 ‘역습’도 만만치 않게 전개되었다. 항생물질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세균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원충(protozoa) 등의 병원체가 체내에 침입하여 증가하면서 갖가지 증상을 일으킨다. 그중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병원체가 소멸하면서 끝나는 것 ‘불현성 감염(不現性 感染)’과, 감염 병원체에 특유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치료해도 악화되어 경우에 따라 사망에 이르는 감염증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건강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병원균도 인체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을 때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염증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생명현상에 불가피한 것도 있다. 염증은 몸에 손상이 생겼을 때 몸을 지켜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반응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려고 할 때 면역세포가 이를 없애려고 기능을 수행한 결과가 염증 반응이다. 목이 붓는 것이나 열이 나는 것도 모두 염증 반응이다. 문제는 염증이 계속해서 생기는 경우이다. 우울증이나 치주염,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이 실제로는 모두 염증과 연관이 있다는 의학계 보고가 있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감염증을 비롯해 상처, 스트레스, 비만, 운동, 흡연 등 다양한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식사에 있다. 아무리 좋은 약제나 영양제를 먹어도 식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염증을 억제할 수 없다. 또한 장내에서 염증이 일어나면 영양소를 흡수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식사가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감염증이나 염증은 컨디션 난조나 질병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면역체계를 무력화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는 마스크 착용이 큰 도움이 된다. 사스나 메르스 등 신종 전염병의 병원균도 감염자의 기침이나 가래 등을 통해 다량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비누나 손 세정제로 손을 깨끗이 씻으면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과 예방체계를 갖추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감염경로를 실시간 알려주는 질병 사이트 등을 개발하거나 전염병 조기경보시스템 등 대응책을 사회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다. 발병하면 대처하는 임기응변식 대응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 견해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