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청원들이 잇달아 올라오는 가운데 고등학생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본인을 ‘경기도 소재 일반고 3학년’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정부의 늦장 대응과 중화사상을 가진 정부에 의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며 자신과 같은 청소년에게 좋은 본보기는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올라온 청원은 이날 오전 기준 사전동의 100명을 넘은 1만3000여명을 기록했다. 이날 청와대는 청원 공개를 결정했고, 2일 오후부터 일반인에게도 공개돼 정식 청원이 시작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청원은 동의자 수 2만3000여명을 기록했다.
◆고교생, 청와대 청원 통해 “대통령, 초중고교 개학 미뤄주세요”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고등학교 3학년생이 올린 ‘대통령 탄핵 촉구’ 청와대 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청원은 “저는 경기도권 일반고에 재학중인 고3 학생”이라며 “이번 사태에서 정부의 늦장 대응과 깊은 중화사상을 가진 정부에 의해 국제적으론 망신을 당하고 있고, 국내적으론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저는 이런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말과 함께 대응책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합니다”고 강조했다.
청원은 본인 학교를 포함한 전국의 초중고교의 개학을 3∼4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청원은 “여름방학을 미리 이용해 약 3주~4주 동안 전국에 있는 초중고교의 개학을 미뤄주세요”라며 “대통령께서는 현재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친구들이 몇이나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저의 학교에서는 봄방학 전 개학 당일에, 마스크를 못 구한 친구들도 있었고 미세입자도 못 막아주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친구들 또한 많았습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같은 급식을 먹고 같은 화장실을 쓰고 같은 물품을 사용하는 학교 내에서 감염자가 나온다면 학교 학생 뿐 아니라 학생의 부모님, 학원, 학원 내 다른 학생 등 3차, 4차, 5차 감염이 속출하게 됩니다”며 “수업 일수고 대학이고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환자를 관리·감독하는 병원체를 지정해달라고 부탁했다. 청원은 “자가격리하다 죽는 사례가 없게 해주세요”라며 “자가격리하다 죽은 신천지 환자의 뉴스를 보았습니다. 댓글엔 ‘신천지 나가죽어라’, ‘죽어도 싸다’는 말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죽음이 그렇게 가볍습니까? 신천지든 아니든 일단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댓글밖에 없다는 것에 사실 충격 받습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류애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죽음을 보며 시스템의 구조를 꾸짖는 자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라며 “팔이 부러지거나 하신 경증환자들은 퇴원수속을 밟는 동시에, 코로나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병원체를 지정하여 자가격리되어 혼자 죽어가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文대통령님, 청소년에게 좋은 본보기 안돼…사과하고 하야해주세요”
이 학생은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이 사태가 진정되면 하야해달라고 부탁했다. 청원은 “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 사태 진정 후 하야해주십시오”라며 “3년동안 정말 씁쓸했습니다. 우리 국민 손으로 직접 탄핵한 대통령보다 다시 뽑은 대통령이 국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요. 야간 자율학습 때 죽어라 공부하고 집 와서 기사들 읽으면서 이 나라가 성하지 않겠구나란 생각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금복지 많이 하셨지요. 정책도 많이 바꾸셨구요. 그렇게 많이 퍼주시더니 대통령님, 이런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고에 비상금이 없다는 게 저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며 “그리고 중국에 갖다 바쳤다는 마스크와 방호복. 우리 국민들은 커녕 당장 이 사태의 최전방에 나가 환자들과 함께 싸우는 의료진들이 사용할 기본적인 의료품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진짜 울분이 터지고 눈물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의사협회의 경고를 6번이나 무시하고도 끝까지 중화사상에 심취하여 국민들의 분노까지 무시하는 모습 정말 지긋지긋합니다”라며 “대한민국에는, 국민을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국민 탓만 일삼는 정부는 필요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학생은 청원을 통해 지난달 20일 한 영화 제작진과 가진 청와대 오찬도 비판했다. 당시 청와대는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영화에 나온 이른바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당시는 국내 첫번째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날이었다. 청원은 “제가 아직 학생이라 배움이 부족하고 사회에 나갈 능력도 부족하여 대책방안이라 하기엔 모자람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저보다 정치는 못하고 계십니다”라며 “중국인 입국금지요,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들어올 사람 다 들어오고 중국에서 우리를 입국금지했는데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때 7시간을 그렇게 부들부들 떠시며 영화까지 내놨는데 설연휴 잘 새시고 자신을 믿으라면서 짜파구리 파티하시는 모습, 메르스 때 청와대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라며 책임지고 물러나라 하셨는데 현재는 신천지 탓. 국민 탓. 지자체 탓. 의협 탓. 감염학회 탓. 그놈의 탓탓탓 하시는 모습”이라면서 “자라나는 저와 같은 청소년에게 좋은 본보기는 안 되시는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 동참해주세요. 부디 (대통령의) 현명한 답변 기다리겠다”고 호소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10만명 넘어…국회 심사 조건 충족
한편 국회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 촉구 청원 글이 게시 3일 만에 10만명을 넘었다. 지난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은 2일 오전 동의 수 10만명을 넘으며 위원회 심사 기준을 충족했다.
국민동의청원은 청원 시작 30일 이내 동의자 10만명을 넘으면 국회가 자동으로 심사에 들어가 법률적으로 청원 효력을 갖게 된다. 해당 청원이 이 요건을 충족하면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 국회 심사에 돌입하게 됐다. 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10만명 초과 동의를 얻은 국회 청원은 전체 회의 등을 거쳐 법률개정안에 반영되거나 국회 본회의를 거쳐 정부 시행령에 반영된다.
한편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은 이날 현재 142만여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청원은 동의자 수 20만명을 넘으면 정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