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정치 독점을 완화하고 비례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하겠다는 개정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4·15 총선 과정에서 퇴색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까지 비례위성 정당 쪽으로 움직이면서 개정 선거법에 따라 이번 총선부터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가 시작부터 변질되고 있다. 민주당은 주권자전국회의 등 진보·개혁진영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에 참여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정치개혁연합은 3일 창당준비위 결성 신고서 서류를 완비해 선관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창당 발기인으로는 함세웅 신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영화배우 문성근씨,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등 60여명이 참여했다.
개정 선거법의 비례대표 민주적 선출 조항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개정 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 관련해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전국단위 또는 권역별로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례대표 ‘밀실 공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이 직접투표로 뽑는 선출직과 달리 비례대표는 그동안 당 대표나 지도부의 입김이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당의 공식기구가 후보와 순번을 모두 정한 뒤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이를 추후 승인하는 방식이 가능한지’를 묻는 유권해석 요청에 최근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선거인단의 추후 승인 형태가 되면 각 정당은 기존의 비례 전략을 그대로 쓸 수 있게 된다. 한 전문가는 “후보자 명단과 순서까지 당 지도부가 전부 정하고 추후 승인하는 형태로는 기존과 다를 게 없다”며 “일부 후보에 대해 수정 의견을 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 그대로 추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각종 정당들도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하고 당의 전략도 반영할 수 있는 추후 승인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유권자 연령 하향을 빼면 선거법 개정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게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