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담당 공무원이 되어서 후쿠시마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어요.”
지난달 27일 일본 후쿠시마현립 후타바미래학원 중·고교에서 만난 세노 히나코(淸野妃南子·고1)양이 수줍어하면서도 분명히 말했다. 후타바미래학원은 2011년 동일본지진 당시 인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기능이 정지된 후타바군(郡)의 현립 5개 학교를 모아 새롭게 태어났다. 고교는 2015년 4월, 중학교는 지난해 4월 제1원전에서 23㎞ 떨어진 이곳에 초현대식 시설로 개교했다.
문부과학성의 슈퍼글로벌하이스쿨(SGH)로 지정된 이 학교는 후쿠시마의 부흥을 위한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난고 잇페이(南鄕市兵) 부교장은 “현재 고교 1년생은 대지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어서 당시 실상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1학년 때는 지역 부흥을 위한 조사 작업을 펼친 뒤 2, 3학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고장과 나라, 세계적인 과제를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졸업하고 있어 다른 학교 학생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전 폭발의 재앙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후쿠시마 주민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비영리기구(NPO)법인 Jin의 요시무라 히로시(川村博) 대표는 꽃으로 후쿠시마의 희망을 키운다. 장애인 복지기관을 운영하던 요시무라 대표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장애인, 가족, 직원 등 50여명과 함께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피난했던 고단한 경험이 있다. 사고 2년 후인 2013년 4월 피난지시해제 준비구역이 된 나미에마치에서 채소 재배를 시작하며 고향을 떠난 주민의 귀향을 모색했다. 농업이 재개돼야 주민이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만 귀향하고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돌아올까 워크숍도 하고 해서 농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좌절을 겪는다. 재배한 채소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돼서다. 결국 야채에서 화훼로 방향을 바꿨다. 현재 장애인 2명을 포함한 직원 5명과 수습생 6명이 꽃도라지 등을 키우는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는 축하 꽃다발의 하나로 요시무라 대표가 재배하는 녹색 꽃도라지가 포함됐다. 요시무라 대표는 “귀향하는 고령자에게는 보다 풍부한 삶을, 젊은 사람에는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후쿠시마=글·사진 김청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