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靑 저능한 사고방식 경악" 대남 비판… 남북관계 빨간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청와대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해 앞으로 남북관계 복원이 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김 부부장이 직접 대남 비난의 선봉에 나선데다 2018년 남북 유화 국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9년 3월 2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여정의 모습.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 전날 있은 인민군 전선 장거리포 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이 자위적 차원임을 강조하면서 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에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서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은 북한 지도부의 격앙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불쾌감을 직접 대변한 입장 발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대남 비난은 외무성이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 군부의 몫이었고 더욱이 노동당 부장이나 제1부부장 직함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 부부장이 청와대를 정면으로 비판한 배경에는 올해에도 한미동맹을 우선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남측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올해 들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외용 선전매체를 통해 대남 비난전을 이어가면서도 기관이나 당국자 명의로 대남 비난전을 편 것은 한차례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재차 밝히고 남측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개별관광 허용을 고려하는 등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이 이같은 담화를 낸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에 미련을 보이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코로나19)가 연기시킨 것이지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 데서 이런 인식이 읽힌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