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침묵을 깨고 ‘보수통합’을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라가 매우 어렵다”며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서한을 통해 이 같이 전했다고 알렸다. 유 변호사가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같은 메시지는 4·15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보수진영의 단결로 총선 승리를 노려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 삶이 고통 받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거대 야당은 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를 표방했던 정당이 연합한 통합당 외에도 현재 보수진영에는 일부 친박(친박근혜) 정치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태극기 세력’을 바탕으로 만든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이 통합당과 힘을 합쳐 총선에 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또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제 정치 여정은 멈췄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었다”며 “하지만 제 말 한 마디가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고 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송구하고 감사하다”고도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40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부디 잘 견뎌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 등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해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유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자필 편지를 교도소의 정식 절차를 밟아서 우편으로 오늘 받았다”며 “자유공화당 출범 등 소식도 알고 계신다”고 전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