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 배급 보는 줄”… ‘마스크 대란’에 뿔난 민심

정부 긴급대책에도 못 구하는 사람 적잖아
#직장인 최모(33·여)씨는 최근 일주일 째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미리 구매해 둔 마스크가 2장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 다행히 회사가 대부분 사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해 출퇴근 걱정은 덜었으나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최씨는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농협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에 마스크를 풀었다는 뉴스를 보고 사러 가봤는데, 허탕만 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4일 서울 강서구 농협하나로마트 강서농협방화지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이날 지점이 확보한 마스크 물량은 모두 900개로, 300명분이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줄 모르면서 연일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마스크 수출 제한과 공적 판매 등 긴급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사려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거나 아예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심심찮아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잖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관련 부처를 질타하기도 했으나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4일도 전국 각지의 농협과 우체국 등에는 마스크를 구하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전날까지와 비교했을 때 행렬이 다소 줄어들고, 마스크 구매 관련 문의 역시 잦아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이들도 아직 상당수다. 꽃샘추위를 견뎌내면서 새벽 같이 마스크를 구하러 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인 대구·경북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연일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3일 마스크 공적 판매처인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런 상황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이모(31)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 마스크를 사려고 집 근처 하나로마트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결국 못 샀다”며 “(길게 줄 선 행렬이) 무슨 사회주의 국가에서 배급을 받는 장면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직접 서울 신촌 하나로마트를 찾아가 마스크를 구입하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시민들이 오전 5시부터 찬바람을 견디며 줄서기를 시작했고, 저도 오랜 기다림 끝에 번호표만 받았다”면서 “시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고, 그런 서러움을 현장에서 함께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정부의 마스크 대책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마스크 대란’이 이어진 4일 마스크 한시적 판매에 나선 광주 북구의 모 잡화점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사고 있다. 광주=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당·정·청)는 이날 국회에서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열고 마스크 수출 물량을 더 줄이고, 주말 생산까지 독려해 공급 불량을 확보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추가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당·정·청은 마스크 배분의 공정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복 구매를 막고, 줄서기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 약사의 제안으로 관심을 모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YTN ‘뉴스특보-코로나19’에 출연해서는 마스크의 주말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보조금까지 지급하겠다는 방침 등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 차례 정부의 공언에도 여전히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당초 설명과 달리 마스크 재사용과 면마스크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해 빈축을 샀기 때문이다. 한편,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쓰는 개인·단체가 점차 늘고 있고, 급한 사람들에게 공적 판매 마스크를 양보하자는 ‘마스크 안사기 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