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소설학회(학회)가 지난해 국내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 가운데 12편을 골라 엮은 ‘2020 올해의 문제소설’을 출간했다. 역동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소설들을 통해 시대적인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작품들에서는 연애, 결혼, 가족 등 여러 형태의 사랑, 노년의 삶, 우리 시대의 굴절된 심리, 사춘기 여성의 섹슈얼리티, 한국적 가족의 기억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안정한 시대 젊은 세대의 불안을 다루고 있는 정영수의 ‘내일의 연인들’, 박상영의 ‘동경 너머 하와이’를 우선 소개할 수 있다. 약간 결을 달리하여 최은미의 ‘보내는 이’에서는 결혼 이후 여성 관점에서 발생하는 사랑과 집착을 바라볼 수 있다. 부모의 사고 이후 외삼촌에게 위탁된 소녀의 침묵과 치유를 그리는 손보미의 ‘밤이 지나면’과, 아들 부부를 잃은 뒤 과거에 못 박힌 것 같은 기억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노년의 삶을 그린 윤성희 ‘남은 기억’은 상호 공명한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