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받고 한국인은 내쫓아"…원광대 기숙사 폐쇄 조치 논란

“중국인 유학생들은 새로 받으면서 한국 학생들을 내쫓는 게 말이 되나요.”

 

전북 익산시에 자리한 원광대학교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명분으로 기숙사 폐쇄를 결정하면서 학생들이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학교 측은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개강을 앞두고 입국을 본격화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기숙사에 거주토록 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6일 원광대 기숙사생들에 따르면 학교 측은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기숙사 전면 폐쇄를 결정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제외한 내국인 학생들의 전원 퇴실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겨울 방학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줄곧 기숙사에서 기거하며 공부하고 있는 학부생 27명과 로스쿨 대학원생 31명, 체육선수 84명 등 142명이 지난 4일 짐을 싸 들고 기숙사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대부분 목표한 공부 등을 지속하기 위해 대학가에 포진한 친구의 원룸이나 독서실 등에 부랴부랴 임시 거처를 마련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고향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 채 학과생들의 자취방 등을 전전하고 있다.

 

원광대 기숙사는 8개 동에 총 3600여명을 수용하는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방학에도 학업이나 운동을 지속해야 하는 학생들은 이곳에서 생활해왔다. 대학 측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신학기 개강을 2주간 연기하면서 학생들이 추가로 거주할 수 있도록 방학 중 기숙사 운영 기간을 연장하고 이용료를 선납 받았다.

 

문제는 개강을 앞두고 속속 입국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과 겨울방학 동안 내국인과 함께 기거한 타국 유학생들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생활을 유지토록 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내국인 기숙사생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조기 종식을 위해 대한민국 전 구성원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전염병 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기숙사를 폐쇄하는 것은 학생들의 처지를 도외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한 기숙사생은 “전염병 예방 차원이라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아야 마땅하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력 부족으로 중국과 동남아 등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된 대학이 이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중국인 유학생 440여명에 대해서는 사전에 개강 연기로 조기 입국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휴학 등을 권유했다”며 “그런데도 14일간의 격리기간 때문인지 입국을 강행하고 있어 별도 격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유학생들은 일반 기숙사가 아닌 사학진흥재단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교류센터에서 별도 격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센터에 거주해온 타국 유학생들을 위해 임시로 기숙사를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익산시는 지난 2일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가 원룸에 생활하는 중국인 유학생 모두에 원광대와 원광보건대 기숙사에 입실하도록 하는 강제권을 발동하고 해당 원룸에 대해서는 손실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전북지역 중국인 유학생은 원광대를 포함한 10개 대학에 총 3897명이 재학 중이다. 이 중 1132명은 국내에 체류 중이며 320명은 자국으로 돌아갔고 2445명은 입국할 예정이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