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없기 때문에 결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6일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놓고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위원장은 “눈앞에 놓여 있는 현실에 대해 고민을 같이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당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본격적인 논의가 수일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가칭 ‘정치개혁연합’이란 단체는 지난 주말 “공직선거법 개정의 취지에 반하는 미래한국당에 맞서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 진보·개혁세력이 힘을 합쳐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창당하자”고 각 정당에 제안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의원 배출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일부를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 미래한국당은 통합당 출신 한선교 대표가 각각 이끌고 있다. 일각에선 미래한국당을 “통합당의 위성정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주당 내부에는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의석을 더하면 원내 1당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 창설에 참여하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복잡한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식을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거쳐 통과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를 주도한 반면 통합당은 적극 반대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나서 “비례대표용 정당 창당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비례대표용 정당 창설과 관련해 통합당은 명분이 있는 반면 민주당은 명분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이란 이름 아래 비례대표 의원 배출용 정당을 만든다면 “선거법 개정에 앞장선 대의를 스스로 걷어차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했다”는 국민들의 준엄한 꾸짖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