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급 영향이 우리 삶의 모든 구석에 심각할 정도로 미치고 있다. 영화 ‘감기’(감독 김성수)는 수도권 도시 분당에서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는 치사율 100%인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가 초당 3.4명의 감염 속도로 확산되는 재난과 그 해결과정을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컨테이너 속에 숨어 밀입국한 노동자들 중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으로 인해 그 안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운반책이 컨테이너 입구를 열자 그 안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이 도망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빛의 속도로 감염시키게 된다. 영화는 바이러스 확진자가 기침할 때마다 화면을 붉은 색조로 바꾸고 바이러스를 화면으로 노출시켜 바이러스 확산의 공포를 가중시킨다.
지하철 공사장 함몰 사고 현장에서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를 구하게 되면서 그녀와 알게 된 구조대원 지구(장혁)는 그녀의 딸 미르(박민하)까지 돌보게 된다. 길고양이 밥을 주러가던 미르는 아파트 숲 속에 숨어 있던 밀입국자 몽싸이에게 빵을 주게 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일파만파 동일한 감염 환자들이 속출하고 감염 공포가 한국을 뒤덮게 되자, 정부는 2차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발령하고 도시 폐쇄를 결정한다. 분당의 모든 사람들을 탄천변 거대한 캠프에 몰아놓고 검사를 진행한 후, 결과에 따라 분류하여 가둔다. 확진자로 결정된 사람들이 아직 치료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와 함께 비닐로 꽁꽁 묶여, 마치 2차 대전 중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영화처럼 쓰레기 모으는 큰 구덩이 속에 던져져 살처분되는 장면은 지옥도를 보는 듯 충격적이다.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 딸 미르를 구하려는 인해의 뜨거운 모성애도 서사 구조 내에서는 충분히 양해가 된다. 혼란의 와중에도 인간애를 발휘하는 구조대원 지구의 영웅담은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안도감을 준다.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지역으로 달려간 영화 속 구조대원과 같은 의료인들께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우리가 가장 두려운 것은 인공지능이 발달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급속히 변종으로 변신하는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백신 개발이 신속히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계획한 바를 과감히 실행하면 귀신도 겁이 나서 피한다는 ‘사기’(史記)에 나오는 ‘단이감행 귀신피지’(斷而敢行 鬼神避之)라는 고사성어처럼 어려워도 과감히 시행하면서 바이러스 난국에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