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행하는 ‘마스크 5부제’와 관련해 “대리수령의 범위를 넓히라”고 지시했다. 이는 마스크 5부제를 적용하면서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대리수령을 할 수 없게 해, 오히려 이로 인한 불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장애인을 위한 마스크만을 대리수령할 수 있게 돼 있으나, 문 대통령의 지시는 이를 더 유연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5부제 자체가 이미 국민에게 불편이고 제약”이라며 “5부제로 인해 새로운 불편이 파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정부에서는 노인이나 미성년 자녀들을 위한 마스크 대리수령이 가능토록 관련 지침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마스크 수급과 필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공기청정기나 자동차 공기필터 등의 생산라인도 마스크 필터용으로 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새롭게 시행한 마스크·손 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라 공적 판매처를 통해 총 726만장의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구매 장소는 전국의 약국과 농협하나로마트(서울·경기 제외), 대구·경북 등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읍·면 지역 우체국이다. 또한 오는 9일부터는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5부제를 실시해 1주일에 2장씩 구매할 수 있다. 새로운 긴급조치에 따라 마스크 생산업자는 이날부터 생산하는 물량의 80%를 정부조달청과 계약해 공적 판매처를 통해 판매하게 된다.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날 전국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줄서기가 계속됐다. 특히 마스크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해 구매자의 신분증 확인이 필수가 되면서 대기 시간도 크게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백모(41)씨는 “어제 정부 발표를 보고 2매라도 미리 구입해놓는 게 좋을 것 같아 약국을 찾았다”며 “신분증 확인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약국에서 만난 이모(56)씨는 “다음 주부터는 수량도 1주일에 2개로 제한된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적다”며 “직장에 나간 남편 대신 내가 신분증을 가져올 수도 없다더라. 화가 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한 손님이 줄을 잇자, 소규모 약국에서는 업무량도 크게 늘었다. 영등포구 한 약국의 약사는 “우리 약국에는 약사 1명과 직원 1명이 일하고 있는데 마스크 사시는 분들 신분증을 확인하는 데 손이 너무 모자란다”며 “약 처방을 위해서 오신 손님들은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스크 등 보건용품 유통교란사범 전담수사팀’은 이날 10곳 안팎의 서울·경기지역 마스크 제조 유통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들 업체가 마스크를 사재기해 물가안정법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검찰은 이들 업체의 거래 내역 등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자들이 보관 중인 마스크는 시장에 즉시 유통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검찰은 코로나19 관련 범죄 3건을 구속기소하는 등 이날까지 모두 139건의 관련 위법행위를 관리하고 있다.
김선영·김달중·김청윤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