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지소미아로 불똥 우려

입국제한 맞불 조치로 상황 악화 / 수출규제·강제노역도 진전 없어 / “대화로 사태 풀어야” 신중론도
8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멈춰 있다. 뉴스1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을 겨냥한 입국제한 조치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면서 양국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강제동원 배상판결 문제로 시작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논란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와 얽힌 또 하나의 숙제가 던져진 셈이다. 이번 갈등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하면 입국제한 논란은 지소미아 폐기 문제로 다시 불똥이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네다공항 출국장의 8일 오후 전경.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중국 본토로 가는 항공편은 대부분 운항을 중단한 데다가 여행객이 줄어들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무엇보다 한·일 양국의 외교적 조치는 지난해 무역보복·지소미아 폐기 논란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당시 일본은 일방적으로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고, 한국은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꺼내면서 양국 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한국이 지소미아 폐기 통보 유예로 돌아서면서 어렵게 양국의 대화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강제노역 문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해 실무 회담도 진전을 보이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문제가 추가되면서 정부 내 강경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일부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협상 의지가 없다면 언제까지 끌고 갈 수만 없는 문제”라며 “그렇게 된다면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일 맞대응 조치와 관련해선 한국 국민을 상대로 입국제한을 하는 나라들 가운데 유독 일본에만 강력대응을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은 감싸고 일본에만 초강경 기조로 대응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본의 소극적 방역에 따른 불투명한 상황, 지리적 인접성 및 인적 교류 규모, 일본 내 감염 확산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일본 내 검사 건수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낮아 코로나19 감염상황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일본이 자체적 방역 실패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에 우리나라를 이용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라며 “일본과 중국에 똑같은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 왜 ‘중국은 감싸고, 일본에만 강경대응’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대결과 갈등보다는 양국 당사자들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이후 열린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단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