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확산되면서 평화롭던 세계인들의 일상이 뒤흔들리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마스크와 생필품 사재기로 혼란과 갈등이 빚어지고, 입항을 거부당한 크루즈선들은 정처없이 바다 위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지난달 21일 첫 감염자 발생 이래 최초로 하루 1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이탈리아는 7일(현지시간) 경제·금융 중심도시인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주에 걸친 11개 지역을 추가로 ‘레드존’(봉쇄령)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안을 마련했다.
봉쇄령이 지정되면 가족을 만나거나 중요한 업무 목적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을 드나들 수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정부 허가 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격리 규정을 어기고 이탈할 경우 3개월 구류에 처할 수 있다. 나이트클럽, 헬스장, 수영장, 박물관, 스키 리조트 등이 폐쇄되며 식당과 카페에서는 이용자간 1m 이상 떨어져 앉아야 한다. BBC는 봉쇄령 확대에 따라 영향을 받는 인구가 1600만명까지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다음달 초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5월 31일까지 전국의 모든 공판 일정도 중단된다. 국가 사법시스템이 두 달 넘게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다. 오는 15일까지 내려진 각급 학교 휴교령도 다음 달 3일까지 연장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미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마스크가 동난 지 오래다. 월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손 세정제 수요가 폭증하자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현장 판매만 해왔는데, 이마저도 이젠 물건이 없다.
집단 발병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른 크루즈선에 대한 각국의 경계 태세도 높아졌다. 700명 이상 집단감염을 일으킨 일본 크루즈선의 악몽 탓이다. 태국 푸껫 당국은 지난 6일 오전 파통 인근 바다에 도착한 크루즈선 ‘코스타 포르투나’호에 승객 하선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해당 크루즈선에는 승객 1631명과 승무원 984명이 탑승했는데, 이 중 이탈리아 승객이 282명으로 가장 많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푸껫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탈리아 승객 64명이 지난 14일 이내에 이탈리아에 있었던 만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푸껫에서 하선하지 못한 코스타 포르투나호는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그러나 8일 말레이시아 역시 이날부터 크루즈선 입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힌 상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