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숨긴 직원 확진… 분당서울대병원 일부 폐쇄

병원 자체 조사 때 교인 안 밝혀 / 격리 어기고 출근… 추가 확진 우려 / 격리 해제 광주 교인 2명 양성 / 잠복기 14일 지나 나타나 촉각 / 서울 동안교회 확진자 5명으로 / 구로 콜센터 직원 15명 집단감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 중인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일부가 폐쇄됐다. 직원은 신천지예수교 교인이었다. 광주에서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가 해제된 신천지 교인 2명이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 경로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9일 경기도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통증센터 안내직 사원 A(36·여)씨가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신천지 교인으로, 발열 등 의심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전날 성남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성남시 관계자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신천지 교인을 조사했으나 A씨는 교인임을 밝히지 않았다”며 “신천지 교회의 교인 명단에서 A씨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출입 전 문진표 작성 9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입구에서 방문객들이 코로나19 관련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성남=하상윤 기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가 원칙이지만 A씨는 이를 어기고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날 즉시 통증센터를 폐쇄하고 외래 진료를 중단했으며, 통증센터에 근무하는 의료진 등 10여명을 격리했다. 1330병상을 갖춘 분당서울대병원은 직원 5400여명이 근무한다. 대형병원인 데다가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일했다는 점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에 있는 에이스보험 콜센터에서는 집단 감염 사례로 추정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콜센터 직원 중 적어도 15명이 감염됐으며, 가족까지 합하면 최소 16명이 확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로구는 코리아빌딩 전체에 대한 방역 소독 작업을 마치고, 1층부터 12층까지 사무실 공간에 대한 전면 폐쇄 명령을 내렸다.

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와 관련한 확진자도 5명으로 늘었다. 이날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거주하는 29세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동안교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동안교회에서는 지난 4일 30대 전도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그는 역학조사 기간 중 닷새간 상당 시간을 교회 건물이나 그 근처에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그와 접촉한 98명을 검사 중이다.

 

확진자와 접촉한 뒤 2주간 자가격리를 했으나 뒤늦게 확진된 사례도 나왔다. 광주에 거주하는 신천지 교인 B씨와 C씨는 지난달 17∼18일 신천지 공부방에서 확진자와 접촉해 2주간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후 이달 2∼3일 해제됐다. 그러나 광주시가 신천지 격리 해제자를 추적 검사한 결과 8일 확진자로 확인됐다.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이 지나 확진된 것이다. 이들이 자가격리 수칙을 잘 지켰다면 ‘잠복기는 14일’ 등식이 깨질 수도 있다. 신민호 전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몸에 들어가 증식되는 기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증상이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다”며 “자세한 감염 경로는 심층 역학조사로 밝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성모병원과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의 가족 한 명도 자가격리가 해제된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은평구에 따르면 구산동에 사는 31세 남성 D씨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D씨는 은평성모병원에 입원했던 확진자 부모의 아들이다. 그는 어머니가 확진된 지난달 24일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달 7일까지 자택에 격리됐다가 전날 선별진료소에서 재차 검사를 받은 결과 확진됐다. 은평성모병원 관련 확진자는 15명으로 늘었다.

 

김유나 기자, 성남=김영석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