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여러 종류의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최대 200㎞, 고도는 약 50㎞였다.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방사포를 섞어 발사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북한 도발은 지난 2일 강원도 원산에서 초대형 방사포로 보이는 발사체 2발을 쏜 지 1주일 만이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남쪽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한 지 닷새 만이다. 북한의 오락가락 행보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협박하고 어르다가 다시 협박하면서 우리를 농락하고 있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방사포 성능 개선과 내부 결속력 강화, 남한의 대북정책 전환 압박 등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목적이 무엇이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공황상태에 빠진 시점에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건 정상 국가가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지난 2일 발사체 도발 때와 달리 ‘강한 우려’나 ‘중단 촉구’ 등의 표현은 없었다. 중단 경고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더 강하게 대응하는 게 상식인데 외려 수위를 낮췄다. 이해할 수 없는 미온적 대응이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3일 담화에 놀란 탓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