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푸드로 면역력 ‘업’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면역력 높이는 10대 슈퍼푸드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 훨씬 풍부/파주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한국 최초 산머루 재배 성공 전국에 보급/10년 숙성 드라이 산머루와인 깊은 풍미 탁월

산머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바꿔놓은 풍경이 하나 있다. 바로 식탁. 면역력을 높이는 식재료에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주부들은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음식을 밥상에 올리느라 바쁘다. 가장 인기 높은 식재료가 2002년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푸드다. 귀리, 블루베리, 녹차, 마늘, 연어, 브로콜리, 아몬드, 적포도주, 시금치, 토마토로, 전문가들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슈퍼푸드가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고 입을 모은다. 슈퍼푸드는 또 암,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이 중 블루베리는 가장 탁월한 항산화 물질로 꼽히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요즘 식재료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런 블루베리보다 안토시아닌을 훨씬 더 많이 품은 ‘토종 슈퍼푸드’가 있다. 산머루다.

산머루

#면역력 높이는 우리 먹거리 산머루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등장할 정도로 머루는 오래전부터 우리 삶과 몹시 밀접했다. 특히 전국 어디서나 잘 자라 보릿고개를 넘길 때 매우 고마운 열매였다. 동의보감에 ‘기를 돕고 의지를 강하게 한다’고 소개된 것을 보니 머루가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옛사람들은 몸으로 터득했던 것 같다. 열매·잎·뿌리를 달여 마시면 구토, 설사, 괴혈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러 효능이 있지만 산머루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풍부한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한국농화학회지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안토시아닌 함유량은 산머루 3950㎍/㎖, 블루베리 2400㎍/㎖, 포도 735㎍/㎖ 순으로 산머루가 블루베리나 포도보다 함유량이 훨씬 높다. 또 레스베라톨도 포도보다 5배나 많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경기도 파주 적성면 산머루마을

안토시아닌은 시력에 좋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항바이러스·항암·항알레르기·항균·항염증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계 150여종 중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로 꼽힌다. 당뇨병 등 만성 질환, 관절염 등 각종 염증, 특히 암세포와 활성산소(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레스베라톨 역시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특히 발암의 3단계인 개시, 촉진, 진행단계를 모두 차단하는 물질로 평가받는다. 산머루의 붉은 색소에는 안토시아닌이, 껍질과 씨에는 레스베라톨이 많이 함유돼 있다. 칼륨, 칼슘, 인, 철분 등 각종 무기질도 포도보다 2∼8배 많고 수용성 비타민 등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감기, 해소, 천식, 만성 기관지염의 예방과 치료효과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지하셀러 입구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서부건 대표

#청정 파주 감악산 정기로 빚는 산머루 와인

 

산머루는 신맛이 강하고 저장하기 쉽지 않아 포도처럼 마트를 통해 유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주로 즙을 짜 원액이나 술로 담가 먹는다. 어린 순이나 연한 잎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산에 자생하던 머루를 국내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한 곳은 경기도 파주다. ‘산머루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주시 적성면 객현리 감악산 기슭의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한눈에도 ‘시골 농부’처럼 인심 좋아 보이는 서부건 대표(43)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푸근한 미소로 맞는다. 지금은 은퇴한 그의 부친 서우석(73)씨가 한국 최초로 산머루를 재배해 묘목을 무주, 함양, 고성 등 전국에 퍼뜨린 주인공이다.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서부건 대표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감악산 기슭에서 염소를 기르던 부친은 어느 날 바위에 앉아 쉬다가 포도를 닮은 열매를 발견했다. 맛을 보니 돈벌이가 될 것 같아 열매가 튼실한 나무를 골라 밭에 옮겨 심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열매가 전혀 달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머루는 암수가 함께 있어야 열매가 달리는데 암나무만 가져다 심은 것이다. 남양주의 한 나무박사가 개량 머루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묘목을 얻어 1979년 재배를 시도했다. 1980년에 재배기술을 확보한 부친은 1990년부터 적극적으로 농가 보급에 나섰고 1995년 국내 처음으로 산머루 가공공장을 설립했다.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머루 드 서 와인과 원액

현재 조합에 소속된 농가 48곳이 50ha 규모에서 산머루를 재배하며 산머루농원에서 머루즙, 머루음료, 머루잼, 머루와인을 만들고 있다. 서 대표는 “파주는 일교차와 연교차가 커서 머루가 산도를 잘 움켜쥐고 일조량이 뛰어나 당도가 잘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머루술을 시장에 처음 선보인 곳도 산머루영농이다. 술을 한모금도 못 마시는 부친은 처음에 ‘머루즙’으로 생산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승인은 엉뚱하게도 ‘머루주’로 나왔다. 머루즙을 들어본 적이 없는 담당 공무원이 잘못 쓴 것으로 여겨 임의로 머루주로 고쳐서 승인했단다.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셀러
산머루농원 셀러에서 익어가는 초기 생산 머루주

어쩔 수 없이 부친은 그때부터 3년 동안 양조기술을 공부했고 1997년 9월 국내 최초의 머루주가 탄생했다. 머루 제품들의 이름도 재치 있다. 프랑스식으로 머루 드 서(Meoru de Seo)라 지었다. ‘서씨의 머루’라는 뜻인데 ‘머루 드세요’라는 뜻도 담았단다. 100% 원액 머루즙과 머루잼이 인기다. 머루즙은 산도가 좋아 입안을 깔끔하게 하면서 너무 달지 않아 자꾸 마시게 된다. 친환경농산물 재배인증을 받은 산머루를 사용한다니 바이러스는 근처에 오지도 못할 것 같다. 머루잼은 통째로 껍질과 씨앗까지 갈아만들었는데 새콤달콤해 식욕을 돋운다. 건강에 좋은 오가피를 머루와 섞은 도로시 M도 생산한다.

산머루농원 지하셀러 오크통에서 익어가는 머루와인

서 대표를 따라 지하 동굴셀러에 들어간다.100개의 오크통과 옹기항아리에서 머루와인이 맛있게 익는 중이다. 드라이한 제품은 무려 최장 10년 숙성하고 스위트 와인은 최장 5년 숙성을 거쳐 병에 담는다. 드라이한 산머루 와인은 2006년이 첫빈티지. 사실 와인을 10년정도 셀러에서 숙성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대표는 10년 숙성을 고집한다. “마트에 가면 1만원대 와인도 먹을 만 하죠. 그런 와인들과 경쟁하기는 매우 어려워요.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숙성기간에서 해답을 찾았어요. 산머루는 1년 숙성해도 먹을만 하지만 장기숙성할수록 맛이 더 깊고 풍부해지거든요”.

옹기에서 숙성중인 산머루 와인

드라이 산머루와인 한 모금을 넘겨본다. 탄닌이 벨벳처럼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고 숙성된 와인에서 나오는 3차향이 풍부하다. 숲속의 바닥, 봄에 피는 아지랑이, 가죽향 등 오랜 세월을 거쳐 잘 익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와인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에서나 얻을 수 있는 향들이 넘실댄다. 산도와 알코올, 탄닌의 밸런스가 아주 좋은데 뒤쪽에서 살짝 스위트한 향이 따라온다. 산머루 와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알코올도수는 13.5%. 

 

지금은 생산하지 않지만 산머루 브랜디도 만들었단다. 맛 좀 보시라며 산머루원액에서 브랜디를 한잔 섞어주는데 꼬냑처럼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일품이다.  가끔 단골 손님들이 오면 선물로 한병씩 드린단다. 시장에서 반응이 아주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다시 생산할 지 고민중이라고 한다.

 

한국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들은 레드 와인을 만들때 주로 식용 포도인 캠벨 품종을 많이 쓴다. 하지만 이 품종의 특유의 향이 강해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하지만 산머로는 과일의 맛과 향이 잘 구현돼 요즘 많은 곳에서 토종 산머루로 와인을 생산한다. 김천 수도산 와이너리 크라테와인, 상주 젤코바, 삼척 끌로너와, 영동 산막와이너리, 컨츄리와이너리 등이 대표적이다.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산머루 제품 만들기 체험시설

경기관광공사는 산마루농원이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상품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2013년 5월 해외에 세일즈를 시작했다. 서 대표는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들과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등 관관박람회가 열리는 곳이 모두 다녔다. 결과는 대성공. 산머루 재배 농가들과 셀러를 투어하고 산머루 초쿌릿·잼·파이·비누 만들기 체험, 자신의 사진을 병에 담는 산머루 와인 만들기 등으로 관광 프로그램을 구성해 해외는 물론, 국내 가족단위 방문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이, 홍콩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데  2013년 10월 300명을 시작으로 급격히 늘어 2014년에는 6만명이 농원을 찾았다. 지난해 1월에도 45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머루농원을 찾은 날이 토요일인데도 방문객은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2월초까지 조금 있었는데 요즘은 단 한명도 없다. 이러다 폐업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파주 강정매운탕

#최고 보양식 장어와 메기매운탕

 

스마트폰으로 ‘파주 맛집’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메뉴가 메기매운탕과 장어다. 임진강에서 건져 올리는 싱싱한 메기와 장어는 기력을 보강해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보양식. 메기는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B가 풍부하다. 동의보감에 ‘메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부종(浮腫)을 내리게 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고 적혀 있다.

 

산머루 농원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적성면 두지리가 ‘메기매운탕의 성지’로 식객들을 끌어 모은다. 황포돗배 나루 인근에 강촌매운탕, 원조두지리매운탕, 두지리함박골매운탕 등이 몰려 있다. 두지리에서 좀 떨어져 있지만 강정매운탕은 ‘할머니의 손맛’이 뛰어나 단골들만 찾는 숨은 고수의 맛집이다. 허름한 대문을 들어서니 할머니 두 분이 반긴다. 메기와 파주 특산물인 참게, 잡고기를 섞어 푹 고아 내오는데 농밀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특히 총각무, 마른멸치, 나물 등 반찬에 담긴 할머니의 손맛이 예술이다. 모든 채소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식재료만 사용한다.

참게가 들어가 메기매운탕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데 특히 비타민A가 쇠고기의 200배나 된다고 한다. 불포화지방산이라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 자연산 장어는 6∼10월에 맛볼 수 있다. 어획량이 크게 줄어 대부분 양식 장어다. 조선 세종 때 재상 황희의 유적지인 문산읍 반구정 인근에 임진강나루, 반구정나루 등 장어맛집 10여곳이 몰려 있어 임진강 풍경을 즐기며 기력을 보충할 수 있다. 낙하리 갈릴리농원도 소문난 맛집. 오로지 장어만 내오며 식사류를 직접 가져가서 먹을 수 있어 가족단위 손님들에게 인기다.

 

파주=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