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탈취 피해 막지 못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유명무실’

도입 10년… 작년 6월 기준 9건 청구 / 인정은 1건에 불과… 그마저도 감액 / 손해액 추정 규정 도입 등 요구도

상생협력법 개정안과는 별개로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피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 기술 보호 정책이 강조되지만 현장에서 이뤄지는 기술 탈취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13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 탈취 문제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제까지 연결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환경을 저해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11년 하도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다양한 법률에서 비슷한 형식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과 특허법,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반영됐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널리 활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6월 기준 하도급법을 바탕으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총 9건이었다. ‘부당한 위탁 취소의 금지’를 이유로 한 청구 4건,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금지’ 3건, ‘감액 금지’ 3건,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 1건 순이었다. 이 중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1심, 2심을 거치면서 청구 금액은 감액됐다. 아울러 대기업만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는 것은 아니었다. 2018년 정부의 ‘기술 탈취 근절대책’ 추진 후 첫 검찰 기소 사례는 중소기업인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아 경쟁업체에 넘긴 후 납품단가를 인하하도록 압박한 사안이었다. 청소기업체인 A사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전달해 유사 부품을 개발하도록 했고, 이 유사부품 샘플을 이용해 기존 납품단가를 대폭 인하하는 근거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연구원 최수정 연구위원은 “제도 도입 당시 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차인 지금도 활성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도적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초 소 남용과 기업의 비용부담, 경영활동 위축 등을 우려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해 부정적 측면이 집중 부각됐지만, 우리 현황을 보면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혁신성장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배액배상제도와 같은 ‘최저 고정 징벌승수’, 손해액 추정규정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