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6000원→26만2000원→28만5000원→32만1000원→36만5000원.’
2015∼2019년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 추이다. 이 수치는 매해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그 증가 폭이다. 2016년 이후 이 수치의 증가율은 8.7%, 12.6%, 13.7%로 매년 커지고 있다.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문제가 해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단 뜻이다. 조변석개하는 대입 정책이 학부모·학생 불안을 가중시켜 사교육비 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게 교사·시민단체의 진단이다. 교육당국은 해마다 이런 상황을 확인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8년부터 적용된 대입제도 하에서 사교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당시 도입된 수능영어 절대평가 정책이 영어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취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018년 8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고 모든 대학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으며 서울 소재 주요 16개 대학에 대해 2023학년도까지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이런 대입제도 변화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 영향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관련 브리핑에서 “정시 확대뿐 아니라 그간 대입정책 변화가 있었고, 이게 사교육비 상승에 미친 영향을 부정할 순 없다”며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늘어난 게 수치로 나오기 때문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시 확대’라는 방향성 자체가 사교육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게 교육부 측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대입 전형이 사교육비가 더 많이 든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변화에 따른 불안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는 볼 수 있기에 그런 영향을 억제할 수 있도록 지난해 발표 내용을 올해 현장에 일관되게 안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돌봄 부족에 초등학생 사교육비↑
지난해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2007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폭이다. 교육부는 초등학생 수 일부 증가가 사교육비 총액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제 기능을 못하는 공적 돌봄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 초등학생 중 보육 목적 사교육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자녀에게 예체능 사교육을 시켰다는 초등학생 학부모 중 ‘보육’을 그 이유로 꼽은 비율은 15.3%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높아졌다. 보육을 목적으로 한 일반 교과 사교육은 10.8%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사교육이 실제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단 뜻이다.
이에 반해 공적 돌봄 기능을 하는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이용률은 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이용률은 지난해 58.7%로 전년 59.3%보다 0.6%포인트 떨어지며 2년 연속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교육부 내부에선 사교육비 증가가 소득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 아니냐는 인식도 엿보인다.
박 차관은 “명목소득으로만 보면 명목 사교육비 지출이 거기 따라서 올라가는 경향이 보인다”며 “2009년 이후부터 보면 소득 증가율보다 사교육비 증가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증가세가 개별 교육정책에 따른 게 아니라 소득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평균 사교육 소비 성향 값(가구 소득 평균 대비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은 0.0685로 박 차관이 언급한 2009년 0.0705보다 낮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수치만을 따져보면 사교육 소비 성향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5년 사교육 소비 성향은 0.0594이고, 2016년 0.0597, 2017년 0.0614, 지난해 0.0685로 이 기간 매해 소득 중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