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은 참 엉뚱하다. 마스크 혼란을 부추기는 위정자들의 태도에서 그들이 싫어하는 사이비 광신도의 모습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광신도의 특징을 가장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가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자신의 태도와 현실이 어긋나면 양자가 일치하도록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1954년 미국의 한 종교단체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주가 “말세의 심판에서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비행접시로 구출된다”고 외쳤지만 지구 멸망의 심판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도들은 교주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의 믿음 덕분에 세상이 구원받았다”면서 되레 믿음이 강해졌다고 한다.
요즘 마스크 대란 와중에 말 바꾸기를 일삼는 위정자들의 태도가 딱 그 짝이다. 보건당국은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뒤 국민에게 최고 등급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고 권했다. 그러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면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말을 뒤집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엔 마스크를 쓰는 것이 타인의 건강을 위한 배려라더니 이제는 안 쓰는 것이 배려라고 우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요리조리 말을 바꾸는 행태에 마스크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