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처를 할 계획이 현시점에서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국민의 미국 입국 차단 방안을 논의했으나 미국 내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두 나라 국민의 입국 제한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을 때 신속하게 중국인 입국 금지 결정을 내린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인과 이란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에 대해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에서는 발병국인 중국의 국민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 내 감염자를 줄이는 데 크게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 감염병이 한국으로 건너와 널리 퍼지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미국에서도 지역 감염 등이 확인됐다.
미국이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에 대한 입국 금지를 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두 나라에 다수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미군이 다수 주둔하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입국 금지를 하면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모두 입국 금지에 반대했다고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 매체가 전했다. 미국의 보건 당국도 두 나라 국민의 입국 금지에 반대했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악시오스는 이탈리아의 경우 유럽에서 이미 코로나19가 널리 퍼져 이탈리아인을 대상으로 미국 입국 금지를 하는 게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세계화가 크게 진전된 상황에서 감염병 확산을 통제하기는 극도로 어려운 일이고, 그런 전략을 동원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으며 입국 제한에 따른 외교적, 경제적 파장을 정당화하기가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 매체에 “미주 지역과 특정 지역에 걸쳐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나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입국 제한의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인 ‘여행 재고’로 유지하면서도 대구에 한해서는 최고 단계에 해당하는 4단계 ‘여행 금지’로 격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입국 금지 등과 관련해 한국과 이탈리아, 일본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추가 조처를 하지는 않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