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정성이 모아지면서 국민성금 모금액은 이미 재난 사상 최고인 15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실제로 혜택을 봤다는 코로나19 피해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마스크 등 구호물품 자체가 부족한 데다 성금 배분기준과 지원 대상이 명확치 않아서다. 기부금품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집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전국재해구호협회(희망브리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국민성금 모금액은 전날 기준으로 1546억원에 이른다. 희망브리지에 775억원, 사랑의열매에 512억원, 적십자사에 259억원이 모였다. 자연·사회재난 관련한 성금으로 역대 최고다. 지난해 강원 산불 모금액은 561억원, 2017년 경북 포항 지진은 384억원이었다.
기업들과 유명 인사들 기부도 많았지만 일반 시민과 익명 기부가 꽤 늘었다고 구호기관들은 입을 모았다. 희망브리지 관계자는 “유럽 여행을 위해 환전한 1000유로를 기부한 부부는 물론 ‘작은 힘 보태요’ 등 익명기탁자들, 지정계좌로 1339원을 입금하신 일반인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마스크와 건강식품 등 현물을 기탁한 단체와 외국인들도 상당하다는 게 사랑의열매 측 전언이다.
이들 3대 구호기관은 기부받은 성금·물품을 확진자와 격리자·의료진에 대한 마스크와 건강키트 등 방역물품 지원 및 노인과 장애인·어린이 등 재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구호품을 받았다는 피해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구호기관마저 기본 방역물품인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구호기관은 마스크 공적 판매처에서 제외돼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호기관의 성금 집행률은 30%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희망브리지는 모금액의 26.8%를, 사랑의열매는 27.1%만을 집행했다. 사회재난 발생 시 성금 모금과 배분 기준이 모호한 것도 신속한 지원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포항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의 경우 재해구호법에 따라 재해구호협회에서 피해 지역과 지원 대상을 정해 재해 의연금품을 일괄배분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은 피해 대상과 지원 규모, 방식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모금 주체가 직접 성금을 배분한다.
그러다 보니 언론 노출 정도가 큰 특정 지역·계층에 따라 기부금이 몰리기도 하고 아예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 사회재난도 자연재난처럼 주요 구호기관이 참여하는 배분위원회를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은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행정학과 교수)은 “기부에서도 지역 연고 기업 등 지정기탁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성금 배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인 성금 배분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위해 자연재난처럼 민간위원회가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모금기관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구호기관 관계자는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씩 3대 모금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행정안전부로 구성된 기부금협의회에서 우선지원 대상과 물품,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며 “20%대 성금 집행률도 지원 대상이나 지역이 모호한 사회재난 특성상 정상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