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을 격리하는 극약처방을 내린 가운데 인접국인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가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통제하고 나섰다. 유럽 통합의 근간 중 하나인 ‘자유롭게 열린 국경’원칙이 감염병 앞에서 시험대에 선 모양새다.
프랑스24 방송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공황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의 조치를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위기 단계 초기에 과도한 대응은 역효과를 낼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우리가 결정한 것 이상으로 더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프랑스도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추가 조치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탈리아 확진자는 이날 1만명을 넘어섰다. 스페인·프랑스·독일도 각각 1200명 이상이 감염되는 등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다.
영국에서는 네이딘 도리스(62) 보건부 차관이 양성 판정을 받아 정가가 발칵 뒤집어졌다. 보수당 하원의원이기도 한 그가 의회나 지역구에서 상당수와 접촉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그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한 지난 5일부터 증상을 느껴 6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맷 행콕 장관을 비롯해 그와 접촉한 보건부 당국자들은 전원 진단검사를 받기로 했다. 존슨 총리의 검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도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부 장관과 하원의원 5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코로나19가 정·관계까지 확산 중이다.
EU는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250억유로(약 33조9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한 투자기금 중 75억유로를 즉각 투입하기로 하는 한편 마스크 등 개인 위생, 방역 용품 공급도 EU 집행위 차원에서 조율하기로 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각국 보건·내무부 장관이 적절한 조율을 위해 매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