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신천지 고발, PC방 등 고위험 영업장 폐쇄조치 언급.’(박원순 서울시장)
‘신천지뿐 아니라 모든 종교집회 금지명령 검토.’(이재명 경기지사)
대구의 신천지예수교회 중심으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을 휩쓸면서 각 시·도 단체장들이 지역사회 감염 대응에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군으로 꼽히는 단체장들의 일부 행보를 놓고 뒷말이 나온다.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 생계 등을 위해 선제적으로 강력한 방식을 동원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평가할 만하지만 섣부르게 강경·과잉 대응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실성과 실효성이 불투명한 무리수를 두면 사회적 논란과 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크고, 정부와 온 국민이 합심해야 할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 낫다”며 어느 누구보다 감염병과의 전쟁에 화력을 집중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우왕좌왕한 정부와 달리 단호하고 신속한 대처를 해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았던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시장이 12일 콜센터 직원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구로구 코리아빌딩 일대를 감염병 특별지원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전날 민간 콜센터와 PC방, 클럽, 콜라텍 등 고위험 영업장을 대상으로 ‘일시휴업’을 권고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폐쇄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은 논란이 됐다. 직장인 김모(35)씨는 “교회에서 감염자가 나오니까 교회에서 모이지 말라고 하고, 콜센터가 터지니까 콜센터를 폐쇄한다는 식은 곤란한 것 같다”며 “재택근무 여건이 안 되는 중소 영세 업체 사무실도 모두 폐쇄할 거냐”고 되물었다.
박 시장이 지난 1일 이만희 총회장 등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죄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회자되고 있다.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크고 국민적 공분을 산 점을 감안해도 ‘살인죄 고발’은 여론에 편승한 경향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확진자가 대거 나온 콜센터 근무자 중 음성 판정을 받은 두 명을 신천지 교인이라고 콕 집어 말한 것도 평소 소수자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박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4일 도내 신천지 종교 시설의 강제 봉쇄와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시행한 데 이어, 모든 교회의 집회와 예배를 전면금지하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가 개신교계의 반발에 물러섰다. 이 지사는 전날 ‘최종 담판’ 성격의 간담회 자리를 가진 교계 대표들로부터 “강제 금지라는 말에 충격받았다”, “언어적 순화를 부탁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를 겨냥해 “정치 말고 방역을 하라. 포퓰리즘도 적당히 하라”고 꼬집었다.
두 사람의 논란이 되는 행보와 관련해 비판적으로 보는 쪽에선 차기 대권가도에서 친문(친문재인) 중심의 여권 지지층 표심을 선점하려는 선명성 경쟁으로 연관지으며 우려를 나타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대선 주자 입장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친문 표심을 얻을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며 “(대선)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도 “자신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단체장들의 제안이나 시책이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과잉대응으로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며 “특히 대한민국의 갈등을 낮추는 게 지도자의 역할인데 (신천지와 같은) 일부 집단을 악마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나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실제 상황보다 낙관적이거나 타이밍이 적절치 않은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아 불신을 자초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9일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조만간 변곡점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경제계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대구와 최근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 사례에서 보듯 확진자 폭증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에서도 뼈아픈 실책이란 평가가 나왔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감염병 대응에도 구멍이 생기는 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코로나19 메시지 관리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오상도·박수찬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