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노선 걷는 與… 거대 양당 대결로 굳어진 ‘비례정당’ [4·15 총선 D-30]

빛바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민주당 “정의당 ‘불가 판단’ 존중” / ‘범진보 비례연합’ 구상에 선 그어 / 녹색당 등 소수정당 참여 타진도 /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면접 끝내 / ‘소수정당 독려’ 취지 결국 못살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정의당을 비례연합정당으로 끌어오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민주당 중심의 비례위성정당이 만들어지게 됐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531명에 달하는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 심사를 마무리했다. 4·15총선에서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계기로 소수정당들이 비례의원들을 다수 배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국에는 거대 양당인 민주·통합당의 대결 구도가 되풀이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민주당, 독자노선 명확화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의당은 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의당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이미 원내에 교두보를 확보한 정당이기 때문에 원내에 진입 못 한 원외 군소정당에 민주당과 함께 하는 기회를 열어두는 것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을 비례연합정당에 포함하는 ‘범진보 비례연합정당’ 구상에 선을 그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민중당에 대해서는 “정책을 실현하는 데 합의할 수 있는 정당과만 연대한다”며 사실상 연합 반대의 뜻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가정환경당, 소상공인당 등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정당은 정의당 측에선 사실상의 ‘민주당계 군소정당’으로 보고 있는 정당들이다. 민주당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두는 민생당에 대해선 창당 일정 등을 고려해 16일까지는 입장을 알려 달라고 촉구했다. 민생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당내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결국 민주당이 절대다수 지분을 가진 비례연합정당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자도 선정해버렸다. 후보 1번에 최혜영 강동대 교수, 2번에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3번에 이수진 민주당 최고위원, 4번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을 선정했다. 5번엔 양정숙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6번엔 전용기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 7번엔 양경숙 한국재정정책연구원장을 정했다. 민주당은 이들 비례후보자를 비례연합정당에 파견한다. 소수정당을 배려해 민주당 파견 비례후보들은 10번 뒤로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례후보 면접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면접 종료

미래한국당은 15일 나흘간의 비례대표 면접 심사를 마무리했다. 미래한국당의 면접장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씨,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김재철 전 MBC 사장,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등에 대해서도 면접을 끝냈다. 결과는 이르면 16일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 안팎에서는 공천배제 기준으로 선언한 ‘국론 분열 인사’, ‘계파 정치 주동자’ 등에 누가 해당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유 변호사가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유 변호사는 “공천 배제 규정인 국론 분열자, 계파 정치 주동자 등에 대해 (공관위원들이) 잘 판단하시리라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제3지대’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은 미래한국당과 연대하지 않고 별도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당은 13일까지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를 공모해 111명을 모집했지만 문의가 많아 1∼2일간 추가 공모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마치고 15일 서울로 돌아왔다. 안 대표는 “위기 속에서 정치의 진정한 설 자리는 어디인지 숙고했다. 증오와 배제가 아닌, 통합과 희망이 중심이 되는 선거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준·최형창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