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처럼 못하나?’ 비판에… 韓진단키트 때린 美 공화당 의원

마크 그린 美 하원 의원 “비상용으로라도 한국산 진단키트는 부적절“ / 질본·식약처 “그가 언급한 기술, 국내 사용 중인 진단키트 아냐… 혼동한 듯” / 미국은 진단키트 제대로 마련 못해 6주 시간 흘려 보내… 트럼프 행정부 “우리 탓 아냐”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 설치된 마포구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마포구 직원이 검사 키트를 들어 보인다. 연합뉴스

 

미국의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는 비상용으로 쓰기에도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느닷없이 제기돼, 국내 진단검사 정확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이에 정부가 나서 ‘해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마크 그린 미국 테네시주 하원의원(공화당)은 관리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적절치 않으며, 비상용으로라도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CDC(질병예방통제국), NIH(국립보건원)에 따르면 한국 진단키트는 항체(면역글로불린, Ig) 한 가지에만 검사하지만 미국의 진단키트는 IgG와 IgM 2개의 항체를 검사한다”면서 미국산이 더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항체에는 IgA, IgD, IgG, IgM, IgE 등 5가지 종류가 있는데, 한국처럼 1가지만 사용하는 것보다 2가지를 사용하는 게 더 정확도가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린 의원이 주장한 항체검사법은 국내에서 사용 중인 실시간 유전자 증폭 진단법과는 다른 것임이 밝혀졌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산 진단키트 비판한 美 의원… 왜?

 

로버트 레드필드 CDC 센터장. UPI=연합뉴스

 

한국 등 세계 여러 국가가 코로나19 확진에 사용 중인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법은 진단시약을 주입하고 특정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시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로, 항체는 측정하지 않는다. 

 

항체를 측정하는 것은 ‘혈청학적 진단(또는 항체진단)’이라는 또 다른 기술인데 그린 의원이 이 두 가지를 혼동한 것이다. 혈청학적 진단법은 병원체 감염 뒤 체내에 형성된 단백질(항체)을 측정한다.

 

이에 로버트 레드필드 CDC 센터장은 “(그린 의원이) 언급한 혈청학적 진단은 감염병이 얼마나 퍼졌고 몇 명이 영향을 받았는지 등 파악하기 위해 콧물 등의 항체를 측정하는 기술”이라며 코로나19 진단키트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라고 답했다.

 

◆질본 “RT-PCR 진단법, WHO가 권고”… 식약처 “진단오류 부작용 보고된 바 없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연합뉴스

 

해당 보도가 국내에 전해지며 코로나19 진단에 대한 정확성 논란이 일자, 정부도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RT-PCR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최종적인 확진 진단법”이라며 “국내서도 지금 이것으로 진단하며, 현재 어느 나라도 다른 방법(항체 검사나 항원 검사법, 신속 진단법 등)으로 진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선 항체검사법은 인정하지 않고 유전자 증폭 검사만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법은 짧은 시간에 쉽게 결과가 나오는 항체검사법과 비교해 검체 채취가 어렵고, 검사 시간이 길며, 장비가 고가라는 점 등 어려움이 있으나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 검사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어떤 업체가 미국 FDA에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법’ 승인 신청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확진 검사(RT-PCR)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권 부본부장은 “우리가 쓰는 진단키트 4종에 대해 미국 FDA도 승인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정부는 해당 진단키트들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미국이라고 해서 다른 판단이 나오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질본에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나섰다.

 

식약처는 같은 날 “현재 국내 긴급사용 승인된 5개 코로나19 진단시약은 모두 RT-PCR을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그린 의원이 지적한) 항체 검사 방법은 국내 긴급승인돼 사용 중인 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긴급승인된 코로나19 진단 제품은 지난 13일 새로 승인받은 바이오세움을 포함해 총 5개 제품(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이다.

 

식약처는 “이들의 진단 정확도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통해 지속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진단오류에 대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FDA에서 긴급사용 승인한 4개의 코로나19 진단 제품도 국내와 동일하게 유전자 검출방식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UPI=연합뉴스

 

◆궁지 몰린 美정부, 진단키트 제대로 못 갖춰 6주 ‘깜깜이’… 트럼프는 ‘남 탓’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미 정부가 한 달 이상 진단키트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 CDC가 지난달 5일부터 115개 미 각주 및 지방 공공보건 연구소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배포했지만, 진단오류 현상(불량)이 발생해 전량 수거·폐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CDC는 3월 둘째 주인 지난 9일이 돼서야 50개 주에 새 진단키트를 보낼 수 있었다. 직전인 6일까지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수는 5000여건에 불과,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어야 할 시간(약 6주)을 깜깜이로 보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 의원의 ‘억지’ 주장도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검사 속도 및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질타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지난 13일 “나는 전혀 책임이 없다”면서 “이전에 만든 규칙과 규정 때문”이라며 전 정권 탓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