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질본 ‘청(廳)’ 승격 담아…재원 제시는 ‘글쎄’ [4·15 총선 공약 진단]

〈1〉 안전 분야 / 빠질 수 없는 ‘교통안전’ 대조적 / 민주당, 어린이구역 신호등 설치 / 어린 자녀 둔 3040 세대에 초점 / 통합당, 노인구역 CCTV 의무화 / 지지세 견고 50세 이상에 집중 / 미세먼지 관련 정당색깔 뚜렷 / 민주, 국민대피 서비스에 방점 / 통합당, 원전부활 공약 내걸어 / 정의당은 ‘노동자 안전’ 공들여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제안
투표지분류기 점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30일 앞둔 1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지분류기를 점검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다음달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여야 주요 정당들이 내놓은 공약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것들이 많다. 유권자가 각 당의 정책들을 꼼꼼히 살펴 한 표 행사의 기준으로 삼아야하는 이유다. 각 분야에 걸쳐 총선 공약들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여야 정당이 모두 안전 공약을 내세웠지만 정체성과 지지층에 따라 내용이 차별됐다.



동일한 ‘안전’ 이슈를 두고도 여야, 진보와 보수, 주요 지지층에 따라 접근법이 달랐다.

 

◆교통안전 공약… 민주당은 3040, 통합당은 50대 이상에 초점

민주당은 어린이 안전을 위해 통학로 범위를 확대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카메라 및 신호등을 향후 3년 동안 전면적으로 설치하겠다고 했다. 또 초등학교 통학버스 배치 확대, 신호 위반·가속 등 상습적 위반자에 대한 ‘누진적 가중처벌제’ 도입을 약속했다. 교통 관련 경찰 관계자는 16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어린이 관련 예산이 잘 담긴 것 같다”면서도 “교통약자는 어린이와 노인이 양대 축인데, 노인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고 관련 예산 부분도 구체적인 재원이나 방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어린이보호구역 통학로에 교통관리 경찰관을 추가 배치하는 등의 교통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통합당은 어린이 보호 외에 노인보호구역에 대한 과속단속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교양학부)는 “민주당은 세대로 구분하며 3040이 핵심 지지층이다. 어린 자녀를 둔 3040에게 호소할 수 있는 공약이 어린이 안전”이라며 “반면 통합당은 50대 이상에서 지지세가 견고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인 관련 공약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민주당 그린뉴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공약… 통합당 ‘탈원전’ 겨냥, 민주당 ‘대피서비스’ 강화

통합당은 미세먼지 공약을 원전부활 정책과 연결시켰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추천한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원전을 대체한 신재생에너지로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석탄과 석유발전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원전 비중이 늘어나고 화력발전 비중이 줄어들면 미세먼지 배출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합당은 문재인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공약도 발표했다. 한·중 정상 연례회의, 한·중 환경장관 상설기구 제안 등이다.

민주당은 강력한 미세먼지 배출 저감 조치, 미세먼지 정화 숲·버스정류장 미세먼지 대피소 같은 ‘국민대피 서비스’ 강화, 국민 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 도입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난 대응 공약 경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민주당과 통합당은 공히 질병관리본부(질본)를 ‘청(廳)’으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질본은 차관급으로 격상됐는데, 그 위상을 더 강화한다는 약속이다.

 

통합당은 코로나19로 어린이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부를 공략하기 위해 민간 베이비시터를 ‘육아도우미’ 업종으로 분류해 이들의 정보를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뒤 국가적 재난 시 필요 정보를 확인토록 하겠다고 했다. 또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긴급 유급 돌봄휴가제’(감염병, 자연 재해, 사회적 재난 발생으로 보육 시설 등이 폐쇄되는 경우에 유급 자녀돌봄휴가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는 시설보다는 가족 돌봄을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며 “유급 자녀돌봄휴가 의무화가 필요하지만 다만 재원 확보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 건강 인센티브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개인별로 건강목표를 정해서, 이를 달성한 사람에게 ‘건강 포인트’를 지급하고 적립된 포인트를 이용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건강 생활습관 개선은 물론,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시절 세월호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재난구조 관련 공약을 다수 내놨다. 국가가 소방헬기를 통합 지휘·조정하는 ‘소방헬기 국가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해 대형 재난 발생 시 전국의 모든 소방헬기를 신속히 출동시키는 체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시원과 같은 숙박형 다중이용 업소의 스프링클러 설치, 4층 이하 신축건물 피난계단 설치 의무화 등을 공약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노동자 안전에 집중한 공약을 선보였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일명 기업살인법) 제정을 핵심으로 한다. 특히 ‘기업살인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기업 등에게 형사상 책임을 부과하고, 공무원 직무 유기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공무원에게도 형사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정의당은 “(지금은) 산업재해의 예방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청 기업과 공공기관이 사용자로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부끄러운 죽음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또 ‘생활환경·생태 공약’을 통해 생활화학제품의 전 성분 표시 의무화, 노동자에 대한 취급 유해화학물질 공개·독성정보 교육을 내세웠다.

 

박현준·이창훈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