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스포츠 종사자들 “울고 싶어라”

치어리더 등 ‘개점휴업’ / ‘투잡’ 외부 행사마저 모두 취소 / 소득 전무… 생계 위협받는 상황 / “프로농구·배구 가장 바쁜 시기 / 손가락 빨면서 기다려야 할 판” / 유튜브 ‘1인 방송’ 콘텐츠 개설 / 방송·잡지 촬영도… 돌파구 찾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드리운 그림자로 3월 한국 프로스포츠는 전면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한참 리그를 진행 중이던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물론 개막을 앞두고 있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도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답답한 휴식기에 들어갔다. 팬들 역시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코로나19의 여파로 선수나 구단의 시계만 멈춘 것이 아니다. 신나는 음악 속에 흥겨운 댄스로 관객들과 호흡하던 치어리더와 장내 아나운서 등 해당 분야에 종사하던 모든 이들의 시계도 같이 멈췄다. 특히 이들은 선수나 구단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가 없으면 일체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투잡’의 개념으로 해오던 외부행사도 모두 중단돼 말 그대로 “손가락 빨면서 기다려야” 한다.



남자프로농구 서울 SK 응원단의 임세현 치어리더는 “통상적으로 지금 시기에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진행되고,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이어 정규리그 개막으로 바쁘게 응원을 하고 다녀야 한다”며 “하지만 모든 경기가 중단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3월 중순은 치어리더에게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와 프로야구 개막이 맞물리는 데다 자선 농구대회, 펜싱대회, 프로당구협회(PBA) 투어 등도 진행돼 예년이었으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잠잘 시간조차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강제 휴식에 들어갔다.

박은수 치어리더가 지난달 한 스포츠 잡지사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박은수 제공

스포츠 행사가 없더라도 치어리더들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쏠쏠한 과외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또한 힘들어졌다. 김혜림 치어리더는 “경기가 없는 날에는 기업행사나 체육대회 등에서 응원단으로 활동한다”며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치어리더뿐만 아니라 장내 아나운서도 일거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올해로 1999년부터 경력만 21년째인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는 “오랜 기간 다양한 사건·사고를 경험했지만, 이번이 가장 심각한 것 같다”며 한숨이다. 그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경우와 세월호 사고 때도,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을 때에도 경기는 진행됐다. 응원단 없이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임세현 치어리더가 아프리카tv의 ‘치어리더세현’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임세현 제공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의 활동이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팬들에게 잊히지 않도록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더군다나 팬미팅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활동을 할 수 없기에 대면 접촉을 최대한 줄이면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로 ‘1인 방송’이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사 HSCOM은 최근 소속 치어리더를 활용한 1인 방송을 준비 중이다. 김희경 치어엔터팀 단장은 “유튜브에 치어리더들의 일상이나 치어리딩 연습 등 다양한 내용의 영상을 올리려고 준비 중”이라며 “팬들과 직접 소통을 하는 라이브 방송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HSCOM은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 ‘치어리더의 모든 것! 치딩티비’를 개설했다. 지금까지는 해당 채널에는 응원가나 응원 방법 등의 영상이 올라가 있지만 활성화돼 있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니 유튜브 채널 활성화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박소정 치어리더가 지난달 한 패스트푸드 업체의 온라인 광고를 촬영하고 있다. 박소정 제공

방송, 잡지 촬영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스포츠마케팅대행사 플레이위드어스 관계자는 “2월 말까지는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돼 그나마 온라인 응원전을 펼쳤으나 경기 전면 중단으로 이것마저도 그만둔 상태”라며 “현재는 치어리더 인터뷰나 영상 촬영 등 문의가 오면 진행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치어리더 본인이 직접 방송 등을 하기도 한다. 아프리카tv에서 김혜림 치어리더는 ‘혤콩이’, 임세현 치어리더는 ‘치어리더세현’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박소정 치어리더는 지난달 온라인용 CF, 박은수 치어리더는 스포츠 잡지 촬영을 했다. 박은수 치어리더는 “코로나19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면서 팬들의 빈자리를 많이 느끼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그때까지 경기장 밖에서 활동하는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