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다크워터스’는 미국의 다국적 화학회사 듀폰(DuPont)과 그 출자회사인 케무어스(Chemours)가 일으킨 사상 최악의 환경 스캔들을 다룬다. 실제 이들은 40년 넘게 PFOA(Perfluorooctanoic Acid·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과불화옥탄산)라 불리는 독성 물질을 주변 강과 토양에 무단 방류해 끔찍한 환경재난을 일으켰다.
듀폰이 생산한 PFOA는 ‘C8’이란 대중적 이름으로도 불리며, 이 회사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수많은 화학제품의 중합반응 용매로 쓰였다. 또한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즉 ‘테플론’으로 가공되어 전 세계에 불소 수지 코팅 제품으로 수출됐다.
테플론은 원자폭탄 제조에 필수적인 6불화우라늄(UF6) 가스에도 견디는 화학물질로, 미끄럽고 열에 강한 성질이 있다. 이 특성 덕분에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어붙지 않게 하는 대표적인 코팅재로 쓰인다. 프랑스 가정용품 전문기업인 그룹 세브(Groupe SEB)의 대표적 브랜드 테팔(Tefal)도 테플론의 이름을 이용해 합성한 단어다.
C8은 역학 연구 결과 갑상선 질환과 몇종의 암, 궤양성 대장염, 임신성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로 밝혀졌고, 이에 2017년 미국 환경보호국은 듀폰에 벌금 192억원을 부과하고, 미 법원은 6억7100만달러(한화 약 8000억원)을 벌금으로 선고했다.
듀폰과 케무어스를 상대로 진행 중인 공동 소송만 현재 3500건이 넘는다.
듀폰 스캔들은 기업이 일으킬 수 있는 환경재난이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꼭 듀폰이 아니어도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산업은 너무나 많다. 향후 몇주간 이러한 ‘지구를 위협하는 산업’을 다루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하는 지구를 위협하는 산업은 패션(의류) 산업과 포장재 생산기업이다.
유엔 환경 보고서에 의하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과 스포츠 의류, 아웃도어 패션, 캐주얼 의류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기업들은 매우 많은 장소에서 광범위하게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지난 10년 동안 자라, H&M, 유니클로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과 휠라,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및 아웃도어 의류의 열풍이 거세게 불어 이전 세대처럼 옷 한 벌을 1년 이상 입는 이가 적어졌다. 또 이들의 주요 고객층인 전 세계 중산층 인구도 2014년 35억명에서 오는 2030년 54억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관련 산업의 환경 지속 가능성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50년에는 패션 의류에 들어가는 천연자원의 소비가 2000년에 비해 3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예를 들어 청바지 한 벌 제작에 들어가는 7000~1만ℓ의 물과 셔츠 한 벌에 들어가는 2700ℓ의 깨끗한 물이 지금보다 약 3배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여기서 나오는 폐수 또한 3배 늘어나게 되는데,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모든 폐수의 약 20%를 패션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패션 원자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폴리에스테르(polyester)는 폐기 후 소멸하려면 최소 수십년 이상 걸리며, 면화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3배 이상 배출한다. 그리고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거두어져 땅과 바다에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폐의류의 탄소 배출량은 연간 120억t으로, 이는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10%에 이른다.
포장재 기업의 환경 훼손 역시 만만치 않다. 플라스틱 산업의 유럽 연맹체인 플라스틱 유럽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제품의 39.9%가 포장재다.
플라스틱뿐 아니라 토양과 해양에 버려진 비닐과 유리병, 통조림 캔 등 지구상 모든 식·음료 포장재는 땅과 해양을 오염시켜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기상학회(AMS)와 미국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온실 가스의 배출량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특히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3대 가스의 방출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러한 온실 가스 증가에 토양에 버려지거나 무분별하게 소각된 비닐과 유리병, 통조림 캔 포장재들이 매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 대로 유엔 IPCC(정부 간 기후변화 패널)는 2013년 발표한 5차 보고서를 통해 금세기 말 북극의 해빙 면적이 1970년대 후반 대비 최대 94% 수준으로 좁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북극권 빙하가 모두 사라지면, 약 2500억t의 이산화탄소가 쏟아지는데, 이는 6년간 지구 전체가 배출하는 양에 맞먹는 규모다.
최근 이러한 환경 인식에 따라 아디다스와 블랙야크, H&M, 유니클로 등 주요 패션 기업과 동원시스템즈, 푸르밀 등 포장소재 기업들이 그 어떤 산업군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환경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조금 더 다가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엔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국제적 가이드 라인과 인증을 통해 ‘기업 DNA’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 오염은 발생하면 이미 돌이킬 수 없고, 그 누구도 피해가기 힘든 끔찍한 재난이다. 그런 만큼 기업의 친환경 의지는 지구환경에 정말 중요한 요소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