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 법안” vs “또다른 기업 규제”

약관법 ‘양날의 검’ 지적 여전 / “경제적 약자, 법원 다툼 힘들어 필요” / “법원 아닌 정부 개입하는 곳 한국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이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약관법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고,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기업에는 일종의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계약 당사자 간 자유로운 계약체결을 정부가 나서 고발을 포함해 시정명령, 과태료 처분 등으로 강제하는 것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표준약관을 만들어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 자체로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약관에 관해 법원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개입하는 나라도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독일 등의 국가가 약관법을 따로 두었다가 민법으로 편입시킨 것은 약관법의 부작용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한국은 1987년 7월 약관법이 처음 제정시행되면서 그 역사가 30년을 훌쩍 넘겼다. 공정위는 ‘2019년 공정거래백서’에서 약관법 시행에 대해 “계약내용에서 경제적 약자인 고객의 힘으로는 되찾기 어려운 고객의 진정한 의사 즉, 경제력이 대등하였다면 고객이 의도하였을 진정한 계약내용을 국가가 회복해 줌으로써 고객을 보호하고, 사적자치라는 미명하에 용인됐던 계약자유의 원칙을 본래의 위치로 회복시키는 실질적 형평이념의 구현”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약자들이 불공정 약관 피해 등의 개별 사건으로 일일이 법원에서 다투기 힘들다는 점은 약관법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공정위의 약관심사·통제 업무가 구체적 계약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고 약관조항 자체의 불공정성을 심사하고 그 효력 유무를 결정하는 ‘추상적 내용통제’ 수준으로 실제 기업의 활동 제약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상거래 인터넷 쇼핑몰 분야의 경우 공정위가 약관법을 강하게 집행하면서 대다수의 인터넷 쇼핑몰이 약관법을 채택하고, 또 성공을 거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사업 제한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고, 약관에 대한 시정명령 등에 한계가 있는 만큼 표준약관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