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가 세계인의 일상을 잠식한 가운데, 마스크 효과에 대한 동서양의 엇갈린 분석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가 먼저 휩쓸고 간 아시아 국가에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스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언론 등을 중심으로 ‘마스크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신들은 줄곧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낄 필요 없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앞세웠다. 감염자라면 마스크가 침과 점액이 분사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마스크가 감염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포브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필요는 없으며, 외출 시 꼭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 의대의 엘리 페렌세비치 교수는 “마스크가 건강한 사람을 보호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도 크다. 텔레그래프는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은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마스크를 쓰면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전했다. 마스크가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 등 범죄자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마스크 쓸 정도로 아프면 밖에 안 나오는 게 맞다”는 서양의 인식도 동양 문화권과 다르다. 아프면 직장을 쉬는 문화가 잘 정착된 미국,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아파도 견디며 일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재택근무, 원격근무 도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아시아 국가들의 직장 분위기상 외부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보니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라도 구비해둬야 스스로를 보호하는 한편 타인에게 피해 주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