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버린 부모, 상속 못받게 해달라” 故구하라 오빠, 국회 입법청원

“부모 역할 안한 친모 상속 비통…법 개정돼 나처럼 억울한 사람 없길”
고(故) 구하라.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을 막는 이른바 ‘구하라법’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구하라법’은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 경우에 한해 상속 결격 사유를 인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부양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 한 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구씨의 법률대리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사실을 알렸다. 노 변호사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오랫동안 다하지 못한 부모라 하더라도 자녀가 사고 등으로 부모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망보상금을 비롯한 자녀의 재산은 그 자녀를 버린 부모에게 상속된다”며 “이러한 결과는 자녀 양육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도 자녀의 안타까운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이득을 그 부모가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편적 정의와 인류에 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민법 상속편 일부 개정을 청원한다”고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 

 

‘구하라법’ 국회 청원은 내달 17일까지 동의자 10만명을 넘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 심사에 돌입하게 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캡처

구씨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국회 입법청원 제출 사실을 알리며 “법이 개정돼 나처럼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친모가 부모 역할을 하지 않았는데도 동생이 떠나고 나서 상속분을 가져간다는 것이 분하고 비통하다”며 “한 번도 부모님에 대한 정을 느끼고 살아오지 않아서 엄마에 대한 사랑도 잘 모른다. 못 느끼고 자라왔다”고 친모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앞서 노 변호사는 지난 12일 친모 송모씨의 상속권 주장에 대해 “친모는 구하라가 9살이 될 무렵 가출해 거의 20여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고, 친모의 빈자리를 오빠를 비롯한 가족이 대신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구씨가 생전 자신을 버린 친모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 공허함을 자루 토로했고, 작년 가을 구씨의 안타까운 사망도 친모로부터 버림받았던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구씨 친부는 구씨 오빠에게 자신의 모든 상속분과 기여분을 양도했다. 현행 민법 1000조상 자식과 배우자 없이 사망한 구씨의 경우 친부모만 상속권자가 되는데, 친부와 친모가 각각 절반씩 상속받게 된다. 친부로부터 상속권을 양도받은 구씨 오빠는 구씨 소유 부동산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하는 친모 송씨를 상대로 지난 3일 광주가정법원을 통해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고 구하라는 지난해 11월24일 향년 2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고인은 경기 성남시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영면해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