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정치권의 탄핵 추진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18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시국회의)와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법관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부 의원은 “바로 (탄핵소추안 발의)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소위 ‘사법농단’ 사건 1심 재판에서 3차례 연속 무죄 판결이 나왔고, 재판이 남아 있는 현직 법관 7명이 재판에 복귀하는 일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국회에서 소추안 발의는 재적 3분의 1 이상(100명), 본회의 표결은 재적 과반(15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열쇠를 쥐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기자회견 이후) 법관 탄핵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유의미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뒤 지원사격이 필요한 사안인데 현재로서는 당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관 탄핵에 적극적인 정의당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다른 당과 협의해 명단부터 다시 짜야 하는데 논의를 못하고 있다”며 “선거 이후에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이번 국회에선 불가능”이라고 진단했다.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에 대해 탄핵 추진이 무산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직후 2018년 6월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시국회의가 결성됐고, 정치권과 연계해 법관 탄핵과 특별재판부 설치법 제정 등이 거론됐다. 지난해에도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탄핵 대상 법관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재차 불을 지폈으나 탄핵 추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