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비례정당, 차라리 통합당 형식이 나을 수 있어”

"시간과의 싸움… 이대론 아무것도 못한다는 두려움 있다" / 홍문표 "민주당, 우릴 그렇게 비난하더니 똑같이 되풀이"

4·15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원 선출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든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에서 “차라리 미래통합당 같은 형식으로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민주당은 애초 비례정당 창설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4·15 총선에서 자칫 통합당에 1당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들자 당원 투표를 거쳐 비례정당 창당을 결정한 바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오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진행자인 노영희 변호사로부터 “비례정당을 둘러싸고 민주당 안팎에서 잡음이 많은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제가 예상했던 것”이라고 운을 뗐다.

 

설 최고위원은 “이런 사태(잡음)가 일어날 수 있다”며 “그래서 그것을 피하려면 차라리 미래통합당처럼 저런 형식으로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한 것처럼 자당의 비례대표 의원 선출용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공식적으로 만들고 인정하는 방식이 더 나았을 것이란 뜻이다.

 

이어 “비례연합당을 만들어낼 때 제일 중요한 게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지금 26일까지 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설 의원은 “사실은 지금 준비된 게 없다”며 “그래서 이거 이렇게 가면 아무것도 못하는 거 아니냐, 이런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런 거 다 버리고, 할 수 있는 쪽으로만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처음에는 시민단체 ‘정치개혁연합’과 함께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가 결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더불어시민당’으로 방향을 튼 것이 총선을 앞두고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것이다.

 

홍문표 미래통합당 의원. 뉴스1

설 최고위원과 나란히 출연한 통합당 홍문표 의원은 결국 여야 모두 비례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을 개탄했다. 홍 의원은 “오늘의 이 정치의 현실을 보면서 참으로 입으로 형용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고,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요즘에 선거운동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비례대표, 여야가 도대체 당신들이 국민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통합당을 비난하고 비례정당을 규탄했던 민주당이 뒤늦게 비례정당 창설에 나선 점을 꼬집었다. 홍 의원은 “(현행 비례대표 선출 제도는) 1+4라고 하는 협의체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며 “이거(비례정당)를 한다고 만든다고 하는 우리에게 그렇게 포악을 하고, 비난을 해놓고 그것을 다시 또 되풀이해서 가는데, 그것도 의석 뺏기지 않기 위해서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참으로 안타깝다. 4월15일은 다가오고, 이제 국민의 심판만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설 최고위원은 애초 비례정당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결국 비례정당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에 대해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당원 투표에 맡겨서 하자고 해서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으로 통과가 됐다”며 “그러면 당원을 앞서는 최고위원이 있을 수 없으니까, 저도 정신에 따라서 따라가기는 한다”고 해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