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150만원 내고 들어간 남성들 “그들도 잘못”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 74명 중 16명 미성년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아동 성착취 영상을 찍어 이를 유포한 20대 조모씨(박사)가 운영한 텔레그램 n번방(단체방)에 수많은 남성들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단체방에 들어가기 위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150만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불법영상을 강제촬영한 이들도 문제지만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남성들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2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핵심 용의자 조씨는 회원에게 성폭행 지시를 내리며 범행을 벌이는 등 파렴치한 수법으로 돈을 번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집에는 동영상 판매수익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1억 3000만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그가 판매한 성착취 동영상을 보기 위해선 최고 150만원의 입장료를 내야했는데 많을땐 무려 1만여명이 이 방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 등 일당은 지난해 9월쯤부터 ‘박사방’이란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채팅 앱 등에서 ‘스폰 알바 모집’ 등의 글을 올려 피해자 74명을 유인한 뒤 나체사진을 찍고 이를 빌미로 성착취 영상을 촬영했다. 피해자 74명 중 16명은 미성년자였다.

 

이들은 이러한 영상을 가지고 본격적인 돈벌이를 했다. 조씨는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둔 뒤 지급하는 가상화폐 액수에 따라 더 높은 수위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3단계로 유료 대화방을 나눠 운영했다.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는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방은 많을 때에는 참여인원이 1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들을 ‘직원’이라고 지칭하면서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등 임무를 맡겼다.

 

그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공익요원을 모집, 유료 회원들과 피해자의 신상을 알아낸 뒤 피해자를 미행시키거나 ‘박사방’ 광고글을 올리게 하는 등 본인의 지시에 따르라고 협박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조씨로부터 돈을 받고 신상조회한 공익요원 2명이 검거됐고 이 중 1명은 구속됐다.

 

조씨는 이 과정에서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며 공범들과도 일체 접촉하지 않는 등 치밀한 수법을 보였다. 그는 또 총기나 마약판매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등 다수의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런 방식으로 조씨가 벌어들인 범죄수익은 엄청난 규모로 예상된다. 경찰은 조씨의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하고 모든 수익금을 국세청에 통보해 유사범죄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검거된 공범 13명 중 4명은 이미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공범들의 나이대는 24~25세이며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여성은 성착취 피해자이기도 해 경찰은 공범 강요 여부를 수사중이다.

 

조씨 일당은 아동음란물 제작과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 제공, 카메라등이용촬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가상화폐 계좌에 등 다른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있다. 또 피해 여성 보호를 위해 원본 영상을 폐기 조치하고 이미 유포된 영상물을 삭제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도 검토 중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