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예비후보 “평화, 인권이 밥 먹여주느냐” 논란

토론회 도중… 결국 “명백한 제 잘못” 사과
4·15 총선에서 제주시 갑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예비후보(오른쪽)와 정의당 고병수 예비후보가 논쟁을 하고 있다, JIBS제주방송 홈페이지 캡쳐

오는 4·15 총선에서 제주시 갑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예비후보가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느냐”는 발언을 해 20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와 인권은 민주당이 기치로 내건 가치인데, 이에 정면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의 발언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특히 상대 후보들과 제주지역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송 후보의 발언을 두고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송 후보는 지난 19일 JIBS제주방송 주최로 진행된 제주시 갑 선거구 후보 토론회에서 정의당 고병수 예비후보와 토론하던 중 “(고 후보의 공약인) 생태환경도시가 개념은 훌륭한데 돈 버는 것은 뭘 가지고 산업화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고 후보가 “난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국제자유도시 정책”이라며 “환경을 지키고, 평화의 섬, 인권이 살아나는 섬을 만들면서 (추진하면 된다)”고 대답하자 송 후보는 “그건 좋은데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냐고 일단 묻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송 후보는 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과거 제주에서 곶자왈을 지키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고 후보는 20일 긴급 논평을 내 “인권을 중요시하는 현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고, 여당의 전략공천을 통해 제주시 갑 선거구에 후보로 나온 사람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매우 경악스럽다”며 “4·3의 아픔을 가진 제주 국회의원을 가리는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고 후보는 “송 후보의 발언은 대통령의 의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송 후보에 밀려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한 박희수 예비후보도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면서 “이같은 인권의식을 가진 후보가 집권당 후보로 전략공천됐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이 놀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예비후보(제주시 갑)가 20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전날 JIBS 토론회에서의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해명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제주지역 시민단체들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날 낸 논평에서 “(송 후보가) 집권여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수 있는지 참담하다”며 “망언을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논란을 두고 “민주당은 옛날의 그 당이 아니다”라며 “자유주의의 이념과 철학을 내다버린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을 “이권으로 뭉친 기득권 세력”이라고 지칭하며 “그들의 철학은 (일본의 폭력조직인) 야쿠자의 도덕, ‘의리’”라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송 후보의 발언에 대해 “평화와 인권을 갖다버리고, 그동안 밥만 많이 해 쳐드셨다”고도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송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의 말실수로 본의 아니게 도민 여러분에게 불편함을 드렸다”며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송 후보는 “고 후보의 말을 빌려 되물으면서 말실수를 했다”며 “환경, 그리고 평화·인권을 어떻게 경제와 연결시킬 것인지 물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명백한 제 잘못”이라며 “앞으론 매사에 조심 또 조심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