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감염 공포에도’…일부 교회 ‘예배 강행’ [김기자의 현장+]

“성남시 교회 830개소 가운데 주말예배 395개소 진행” / 22일 시 공무원 137명 투입, 예방수칙 준수 요청 / 은수미 시장, 페이스북 통해 “집합예배 자제” 호소 / “예배 열겠다는 교회 적지 않아 걱정…서울·경기 조치, 정부도 뒷받침” / 청와대 “교회 동참 호소”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양지동‘은혜의 강 교회’

 

“지키라고 그렇게 정부에서 얘기하는데, 또 예배한다니 정말 할 말이 없네요.”

 

20일 오후 1시 찾은 경기 성남시 양지동 은혜의 강 교회. 상가의 3층 예배당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문 앞에는 “3월 22일까지 예배당 시설물을 잠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주변에는 성남시청의 임시 폐쇄 명령서도 함께 붙어있었다.

 

은혜의 강 교회는 입주한 상가건물의 3층 절반과 4층 절반을 쓰고 있다. 층마다 35평가량의 면적이며 3층은 예배당으로 4층은 식당과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 주말 예배 때마다 전체 신도 13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성남시는 파악했다. 그동안 신도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서 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목사 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66명의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양지동‘은혜의 강 교회 예배당 문에는 "교회 집단감염 발생에 다른 긴급 호소문"이 붙어 있다.

 

이날 성남시에 따르면 성남지역에는 830개소의 크고 작은 교회들이 있으며 이 가운데 395개소의 교회들이 주말에도 정상적인 예배를 진행할 계획이다. 크고 작은 교회들은 이번 주말인 22일에도 정상적인 예배를 예고해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은혜의 강 교회 인근 주차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도 사람인데 다 같이 노력 좀 하면 좋지 않겠냐”라며 “교회서 또 예배한다고 하는데, 뉴스 불 때마다 답답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시는 공무원 137명을 투입, 22일에 집합예배를 실시하겠다는 중·소형교회 현장을 직접 찾아 집합예배 자제 및 온라인 또는 가정예배로 전환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 할 계획이다.

 

시 한 관계자는 “공문도 계속 보내고 있고 389개소를 100여명이 7대 예방수칙을 준수하는지 확인 직접 현장을 방문 할 것”이라고 말했다.

 

7대 제한명령 예방수칙 준수사항은 ▲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손 소독제 비치 ▲예배 시 신도 간 2m 거리 유지 ▲내외부 소독실시 ▲집회예배 시 식사제공 금지 ▲집회예배 참석자 명단 작성 등 이다.

 

지난 16일 은수미 시장은 성남시 기독교연합회 지도자들을 직접 만나 집합예배 자제 및 온라인예배로의 전환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고, 이에 성남시 기독교연합회 소속 전 교회는 3주간 비대면 예배와 교회 시설 자체 방역 실시 등 시 협조 방침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은혜의 강 교회’예배당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은수미 시장은 페이스북에서도 “종교집회를 통한 지역사회 내 집단 감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집합예배를 자제해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가 주말 실내예배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우려를 표하고 예배를 자제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교회가 (예배 자제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예배를 열겠다는 교회들이 적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종교집회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면서 “중앙정부도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지자체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00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주말을 넘어 계속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성남의 한 교회와 대구 요양병원의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모두가 안타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교회도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