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개인위생과 청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손 자주 씻기 등. 하지만 전화기, 노트북, 수건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이 각종 유해 세균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화장실 변기보다 더 많이 유해 세균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해 세균에 노출된 이들을 만지면 아무리 개인위생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결국 유해 세균에 오염되고 만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품들에 대한 청결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가족들 사이에서 질환을 옮기는 매개체로 가장 흔한 것은 수건이라고 경고한다. 수건은 한 번만 사용해도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수건에 얼굴을 닦으면서 피부 각질과 피부세포, 피지, 각종 분비물과 더불어 세균과 곰팡이 포자까지 옮겨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건을 걸어두는 욕실은 온도와 습도가 높아 세균의 생장 증식이 활발해지기 쉬운 환경이다. 이러한 수건을 가족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면 수건을 통해 감기, 눈병, 피부병 등이 전염될 수 있다.
우리가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도 세균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에 설사와 구토를 유발하는 포도상구균은 물론이고 대장균과 그 배설물, 연쇄상구균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대 의과대학 미생물학자인 필립 티에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1㎠에 5000여마리의 세균이 서식했다. 심지어 2013년의 한 조사에서는 2만마리가 넘는 세균이 검출됐다.
사무실에서 매일 만지는 키보드, 마우스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작업하면서 뭔가를 먹게 되고 여기서 나온 음식 부스러기가 자판 틈으로 들어간다. 이는 습기 등과 결합해 균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서식지로 변한다.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화기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균이 있다. 오래된 책과 흔히 사용하는 돈에도 살모넬라, 쉬겔라 등의 식중독균 등이 존재할 수 있다.
어린이 장난감에도 유해 세균이 많이 살고 있다. 미국 시몬스대가 집안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잘 번식하는 곳을 조사한 결과 장난감이 34%로 가장 많았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식중독, 중이염, 폐렴, 방광염 등을 유발한다. 수세미(30%), 유아용식탁(29%), 행주(27%) 등에도 많은 균이 서식했다.
오 교수는 일상용품의 건강한 활용을 위해서 ‘적절한 환기와 가습, 손 씻기’를 강조했다.
실내 생활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공기청정기 사용도 도움이 되지만, 공기청정기는 가벼운 먼지 입자 제거 능력이 탁월하나 무거운 항원들은 제거하지 못한다. 실내의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면 우리 호흡기 점막이 충분한 수분을 머금게 하고 섬모의 활발한 운동을 유지하게 한다. 다만 가습기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해 가습기의 청결한 관리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하루 8차례 이상, 30초 이상씩 비누를 사용해서 꼼꼼하게 손을 씻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씻을 때는 충분히 비누를 발라 거품을 낸 후 30초 이상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손톱 밑, 손목 등을 잘 문지른 후 물로 깨끗하게 씻어낸다. 그다음 에어타월이나 일회용 타월 등을 이용해 물기를 완전하게 닦아내는 것이 좋다.
오 교수는 “책장을 넘기거나 돈을 셀 때는 절대로 손가락에 침을 묻혀 사용하는 것은 수많은 병균을 입속으로 넣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책을 읽은 후나 돈을 센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