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사체는 전술유도 미사일… 실전배치 땐 韓·美 위협

발사 직후 트럼프 친서 공개 의도도 이목 / 김정은 참관… 北매체 사진도 공개 / 고도·변칙 기동 등 새 기술 적용돼 / 한·미 MD체계 뚫릴 가능성 커져 / 트럼프 ‘코로나 방역’ 협력 제안해 / 김여정 “위원장의 방역 감동 피력” / 北 무력 증강력 과시 美 압박 노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2일 공개한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의 모습. 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이뤄진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1일 쏜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지대지 전술유도무기로 확인됐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바로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공개해 의도에 관심이 모인다.

22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이뤄진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면서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는 ‘북한판 에이태킴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지난해 8월 두 차례 발사된 적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발사 직후 요격 회피에 중점을 두고 성능개량을 진행, 시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사일 두 발을 연속 발사하기 전에 비행고도를 다르게 설정했고, 정점고도를 지나 목표물 상공까지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을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이 목표물에 수직으로 낙하하는 기술도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기술들이 적용된 신형 미사일이 연속으로 남쪽을 향해 발사되면 한·미 미사일방어체계가 뚫릴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판 에이태킴스’의 정점고도는 50㎞ 이하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최저 요격고도보다 낮다. 고도 50㎞ 이하로 날아오면 사드도 무용지물일 수 있다. 실전 배치되면 한·미 연합군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2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참관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개발 부서인 국방과학원이 사용자인 북한군을 데려와 최종시험 평가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음에는 운영부대가 직접 시험평가한 뒤 전력화 단계를 거쳐 실전 배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발사와 관련해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북한 측에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과 지역의 평화·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며 “극히 유감스러운 일로,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에 도발을 피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하의 의무를 준수하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복귀하길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보내 주목된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친서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지도자들과 관여하려는 노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조미 두 나라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전염병사태의 심각한 위협으로부터 자기 인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있는 국무위원장 동지의 노력에 대한 감동을 피력하면서 비루스(바이러스) 방역부문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하였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담화에 친서 전달 시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사일 발사 다음날 담화를 발표한 것은 김 위원장의 위상 정립과 함께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을 막연하게 기다리지 않고 신형무기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무력증강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과 사실상 공동운명체로서 역할 분담을 통해 대미, 대남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 백소용·박수찬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