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마사지사 취급… 이젠 선수 보호 핵심인력” [차 한잔 나누며]

‘스포츠 트레이너 1세대’ 강흠덕 야구학교 컨디셔닝센터장 / 국내 불모지 분야서 40년간 한 길 / 운동생리학·병리학·해부학 등 접목 / 부상 예방과 경기력 향상 위해 중요 / ‘두산’ 퇴직 후 선수들 돕기 보람
강흠덕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 컨디셔닝센터장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야구학교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 센터장은 전문 트레이너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성남=하상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삼켜버린 요즘 많은 사람이 전문가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전문가들의 올바른 대책 마련과 처치, 지식 전파 등이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가 없던 불모지 분야에서 개척자로 나서 그 길을 만들어 낸 사람이 있다.

스포츠 트레이너를 전문직으로 일궈낸 주인공인 강흠덕(62)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 컨디셔닝센터장이다.

강흠덕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 컨디셔닝센터장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야구학교에서 포즈를 취했다. 강 센터장은 전문 트레이너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성남=하상윤 기자

강 센터장은 전문 트레이너로 걸어온 길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1984년 프로야구 두산에서 트레이너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신을 바라보는 인식은 마사지사 정도였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모든 구단이 트레이너를 핵심인력으로 챙기면서 정식 코치로 선임할 뿐만 아니라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여기에 류현진처럼 아예 개인 트레이너를 둘 만큼 입지가 탄탄해졌다.

강 센터장도 “처음 선배의 소개로 야구단에 들어갔을 때는 전공인 물리치료를 활용해 부상자 치료를 해주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트레이닝을 통한 ‘예방’과 ‘재활’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는 “지금은 트레이너가 먼저 선수들의 몸을 풀게 한 다음 기술훈련에 들어가지만 예전에는 일반 코치들이 러닝 정도만 시키고 기술훈련에 돌입해, 다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렇게 전문지식이 부족해 한계를 느낄 무렵, 일본과 독일, 미국 연수의 기회를 잡은 것이 행운이었다”며 프로야구 전문 트레이너 1세대로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 연수로 트레이닝에 눈을 뜬 강 센터장은 주경야독하며 전문적인 지식습득에 나섰다. “운동생리학, 운동영양학, 스포츠의학은 물론 해부학이나 병리학 같은 지식도 갖춰야 해요. 부상 선수와의 소통을 위해 스포츠심리학도 알아야 하죠.”

트레이너로서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지만 강 센터장이 주로 강조하는 분야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그는 “초창기에는 선수들이 부상예방이나 경기력 향상에서 웨이트의 중요성을 몰랐지만 이제는 ‘벌크업’(근육량을 늘려 체중을 증가시키는 것)이 유행이 됐다”고 말한다.

트레이닝에 대한 강 센터장의 남다른 열성과 노력에 프로구단 전체가 트레이닝 파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결국 트레이너 인력보강으로 이어졌다.

강 센터장은 한 발 더 나가 후배 트레이너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정보교류의 필요성을 느껴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당시 삼성의료원의 하권익 박사 등 전문의들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등 협회의 전문성을 높이려 애썼다”고 1990년 당시를 기억했다.

프로야구로 시작한 협회는 점차 프로축구와 농구 배구 등 여러 종목 트레이너들이 가세하고 외부 전문가들까지 합류하면서 이제는 국제 심포지엄을 열 만큼 성장했다. 내실을 갖춘 협회를 지켜볼 때면 창립 주역으로서 흐뭇함이 누구보다 크다.

2016시즌을 끝으로 두산에서 퇴직하며 프로선수들의 트레이닝을 마친 강 센터장은 요즘 경기도 성남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에서 초중고생들과 독립구단 선수들의 운동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강 센터장은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을 보면 10명 중 9명은 아픈 몸을 가졌는데, 어릴 때 혹사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특정 근육을 과사용하지 않고 즐겁게 하는 운동을 전파해보자는 생각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놀듯이 무리하지 말고 훈련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지금의 활동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무탈하게 운동하기를 한평생 즐거움으로 살아온 강 센터장은 “프로선수들을 위한 전문 트레이너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전문직업”이라면서 “인체는 변하지 않지만 인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수만 가지가 있는데, 그 방법을 찾는 창의력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많은 청년이 트레이닝 전문가를 꿈꾸기를 권유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